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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전 첫 발생 50일…코로나19의 처음과 끝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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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의 갈림길'에서부터 '확진의 끝'까지

방호복과 현장의 무게 만만치 않지만

'고맙습니다' 한마디에 힘 얻어

의식 되찾은 중증환자, 한 달 만의 가족 영상통화

의료진 깜짝 선물…"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대전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도 10일로 50일째가 됐다.

그 시간 속에는 시민들, 그리고 최전선에서 싸워온 의료진들이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국가지정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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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선별진료소.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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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불안까지 다독이는 곳, 선별진료소

지난 9일 오전 대전 건양대병원 외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는 하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확진자 등이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날 오전에만 15명이 와서 검체 채취를 했다고 했다.

50일. 의료진이 입은 방호복은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낀다. 선별진료소가 들어선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난로에서 곁불을 쬐며 추위를 이겨냈는데, 일교차가 커진 요즘은 아침엔 춥다가도 낮엔 양팔에 금세 땀이 차곤 한다고 했다. 선별진료소가 건물 외부에 천막이나 가건물 형태로 있다 보니 이런 날씨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얼마 전 강풍이 불었을 때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선별진료소는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찾는 첫 관문이다. 확진자거나, 또는 본인이 확진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이들을 계속 마주한다. 의료진이라고 해 감염의 두려움이 비껴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인다.

가끔은 '증상이 대수롭지 않은데 왜 일반진료를 못 보게 하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확진자 검사를 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안심시켜드리는 일도 의료진의 몫이다.

"그래도 지나가시며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는 분도 있고, 직접 만든 빵 같은 것들을 보내주시는 분들과 단체도 있어요. 응원해주시니까 힘도 나고 그렇습니다." 건양대병원 선별진료소 간호총괄을 맡고 있는 이귀연 외래파트장의 말이다.

이 파트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 현장을 지켰다. "메르스 때는 입원환자 가운데 발생한 분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때는 보다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심 증상이 있어 선별진료소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는 죄를 짓거나 부끄러워하는 듯한 분들도 계세요. 이분들께 죄지으신 것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름이 되기 전에는 끝나서 저희도 환자분들을 보다 편안히 대하고 돌봐드리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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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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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지정격리병상…마지막 한 명의 환자까지

선별진료소가 코로나19의 시작이라면 국가지정격리병상은 코로나19의 끝을 지키는 곳이다.

확진을 받은 환자들이 이곳으로 왔다 건강해진 몸으로 나갈 때 비로소 의료진의 역할도 끝난다.

대전·세종·충남 사망자 0명. 하지만 그 숫자를 지켜내기 위한 이곳의 일상은 훨씬 치열하다.

충남대병원 감염병동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는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등을 착용한 중증환자들도 계시는데 활력징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일을 하고 있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 보면 옷이 땀으로 젖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는 50일이 됐지만 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은 그보다 한 달 먼저 '스탠바이(대기)'를 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환자가 오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대기 상태는 비번일 때도 이어진다. 예기치 않은 접촉이 자칫 동료, 병원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고 있다. 감염병동 수간호사는 "문자로, 알림으로 지켜야 되는 수칙들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타 지역 방문도 제한하고 있다"며 "집과도 거리를 두는 의료진도 있다"고 전했다.

진료 과정은 물론 도시락 하나를 전할 때도 늘 방호복을 입는다. 코로나19 환자 중에는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외부 간병인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방호복을 입은 상태로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녹록치는 않다고 했다. 방호복은 입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벗을 때도 감염 가능성이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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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전경.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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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상을 견디는 힘도 결국은 환자들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에크모 치료까지 받으신 환자분이 다행히 회복돼 퇴원하셨는데 가족분이 고맙다고 타지에서 수제 쿠키를 보내주셨어요. 저희를 잊지 않고 생각해주신 그 마음에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오랜 기간 의식 없이 있다 깨어난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깜짝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바로 가족과의 영상통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전화번호를 대신 눌러 전화를 연결했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환자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입원 한 달여 만의 가족과의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일일 확진자가 줄어들며 병원 밖 세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은 느슨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매순간 촉각을 곤두세우는 병원에서 코로나19는 조금도 느슨해질 수 없는 현실이다.

"곳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 지치지 말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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