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에 커다란 해태상이 서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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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광화문 앞에는 커다란 '해태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복궁 안 주요 건물의 모퉁이마다 큼직한 철 항아리 '드므'가 배치돼 있습니다.
커다란 돌을 깎아가면서 힘들게 해태상을 세운 이유와 철로 만든 드럼통 같은 항아리 드므는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일까요? 정답부터 알려 드리면, 해태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드므는 예방도 하고 불도 끄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하고, 이내 소방차가 출동합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했을까요? 화재를 감시하는 종루를 설치하고 화재가 발생할 때 여기서 종을 쳐 알렸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나름 화재안전 시스템을 갖춰 놓았던 것이지요. 해태상과 드므는 그런 화재안전 시스템 가운데 하나였던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화재사고는 132년(신라 지마왕 21) 신라의 궁궐 남문 화재라고 합니다. 이어 333년 백제 비류왕 30년 5월에 별똥이 떨어져 왕궁에 불이 나 민가까지 태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인구가 늘고 병란이 잦아 화재도 많았고, 조선시대에는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수공업이 발달하면서 전국에서 대형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소방서 역할을 했던 곳은 어디일까요? 1426년 2월26일, 세종대왕은 소방업무 담당 관청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했고, 1431년 5월에는 최초의 소방대인 '금화군(禁火軍)'이 출범합니다. 세조 때인 1467년 12월20일에는 '멸화군(滅火軍)'으로 확대 운영됩니다.
멸화군은 정원 50명으로 도끼 20개와 쇠갈고리 15개, 삼끈으로 만든 동아줄 5개를 지급받아 화재를 진화했다고 합니다. 화재를 감시하던 종루에서 종소리가 들리면 현장으로 출동, 쇠갈고리나 도끼로 불난 집을 무너뜨려 불길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물에 적신 보자기로 치솟는 불을 껐다고 합니다. 나름 과학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소방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25년 '경성소방서'가 설립되면서 부터입니다. 경성소방서는 소방서장과 펌프반, 수관반, 파괴반, 사다리반 등으로 구성, 소방 헬멧과 방화복을 착용했습니다.
5~6명으로 조직된 펌프반은 앞부분에 달린 쇠종을 치면서 펌프를 끌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파괴반은 갈고리로 재를 긁으며 불씨를 껐으며, 사다리반은 건물에 올라 사람을 구했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해태상과 드므는 진화보다 예방에 더 큰 비중을 둔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궁에 설치된 드므는 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라는 뜻의 우리말입니다. 물을 가득 담아 두었다가 목조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진화용으로 사용됐습니다.
드므는 상당히 커서 혼자 들어나르기 어렵습니다. 어떤 드므는 손잡이가 달렸지만, 손잡이가 없는 드므도 있습니다. 대신 모든 드므의 입구는 커서 담겨있는 물을 작은 항아리 등을 이용해 퍼나를 수 있었지요. 일부 사람들이 드므에 계속 물을 채워넣고, 다른 사람들은 드므에서 물을 퍼다 불을 끄는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 주위에 배치된 철로 만든 큰 항아리 '드므'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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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드므는 실제 사용하기 이전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였습니다. 불귀신이 해코지하러 왔다가 드므에 담긴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달아나라는 의도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해태상은 조선 말기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설치한 것입니다.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의 모습이 불꽃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 불기운이 궁까지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물의 신수인 해태를 광화문 앞에 세워 불의 기운을 막으려 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화재 예방을 위해 동물의 기운을 이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고려청자에 새겨진 용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을 가진 특이한 형태의 동물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해태상과 드므 등의 장치에 신화 속 동물까지 투영시켜 예방의 필요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비상시에는 소방용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 화재진압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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