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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밀라노 요양원서 한달새 110여명 무더기 사망…역학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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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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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는 이탈리아의 한 요양원에서 한 달 새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와 당국이 원인 규명을 위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9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에 있는 '피오 알베르고 트리불치오' 요양원에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11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 전역으로 무섭게 확산하며 인명피해가 급증한 3월 한 달 70여명에 숨진 데 이어 4월에도 현재까지 40여명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사망자 수치는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사망자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과 관련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밀라노를 비롯한 북부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라는 점에 비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바이러스가 북부를 휩쓸 때 요양원 내 방역 대비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요양원에서 일한 한 의사는 요양원 직원들에게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비 착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직위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요양원 내 자료에는 이들의 사망 원인이 단순 폐렴이라는 식으로 기재돼 은폐 의혹도 제기됩니다.

폐렴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자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경찰관을 포함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해당 요양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 요양원은 롬바르디아 주내 최대 규모로, 약 1천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밀라노 검찰은 이와 별도로 롬바르디아주가 바이러스 코로나19 환자 일부를 요양원으로 보내면서 필요한 검역 및 방역 조처를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이 요양원을 비롯한 지역 내 13개 요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주 보건당국은 2월 말부터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자 지난달 초 증상이 위중하지 않은 일부 환자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요양원 등 다른 시설로 보낸 바 있습니다.

의료계 일각에선 당국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적절한 방역 대책 없이 무리하게 환자를 요양원에 집어넣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당시 병원에서 다른 시설로 이송된 환자 2천명 가운데 요양원에 수용된 환자는 150여명에 불과하며, 이들 모두 별도의 병동에 격리돼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요양원 책임자와 주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과실 여부를 수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재판에 넘긴다는 방침입니다.

현지에선 전국에 산재한 요양원이 코로나19의 방역 사각지대에 너무 오래 방치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상당수 요양원 사망자들은 코로나19 사후 검사에서 배제되며, 바이러스 의심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일 보건당국에서 집계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도 이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기관인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조반니 레차 감염병 국장은 "요양원 사망자들이 과소평가돼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우려했습니다.

9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4만3천626명으로 미국, 스페인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습니다.

누적 사망자 규모는 1만8천279명으로 세계 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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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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