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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광화문]'로또 청약' 언제까지 방치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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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열아홉번의 정부 대책으로도 잡지 못했던 집값을 '코로나19'가 잡아주는 모양새다. 강남에 이어 서울 전체 아파트가격이 10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수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심심찮게 거래되면서 폭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누군가에는 '기대'일 것이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으로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빠지진 않는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머니투데이가 만든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시라)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관망하라고 조언하고 있고 실제 시장도 그런 분위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뜨거운 시장은 있다. 코로나19로 전국이 썰렁하지만 청약엔 수만명이 몰린다. 청약 열기는 서울과 지방,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내집을 마련하고 싶다, 이왕이면 새집을 사고 싶다는 것은 무주택자들의 일반적인 욕구이니 탓할 바 아니다. 하지만 청약 열풍의 이면에는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요행심'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5일 실시된 SH 마곡지구 9단지1순위 청약에는 3만7000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147대1로 1순위 해당지역에서 모두 마감됐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4억~5억원 가량 낮다는 점이 수만명이 장롱속 청약통장을 꺼내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제이드자이' 청약에는 2만5600명이 몰려 평균 1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곳 역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그쳐 '반값아파트'라고 불린 곳이다.

수만명이 몰리다 보니 어지간한 자격으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마곡지구 당첨자의 최소 청약통장 납입 금액은 2000만원이 넘었다. 매월 최대 10만원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17년5개월 동안 청약통장에 예금을 넣었다는 얘기다. 가점제가 적용되는 민간 분양에선 청약가점 60점대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되기도 한다.

로또 청약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정부는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활용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30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을 위해선 HUG의 분양보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HUG는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HUG에서 퇴짜맞고 다른 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도 없다. HUG는 분양보증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로또 당첨의 기회가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은 더 문제다. 지난달 30일 청약을 받은 서초구 잠원동 '르엘신반포'에는 67가구 모집에 8358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24.7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100㎡은 8가구 모집에 3267명(408.3대1)이 몰리기도 했다.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낮아 '강남 로또'로 불린 곳이다.

이 아파트는 가장 작은 면적의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다.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중도금을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만 청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선 이런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고분양가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분양가 상승'→'주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은 차단해야 한다. 고분양가를 통해 건설사나 조합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청약당첨=로또(수억원 시세 차익)'도 정상은 아니다. 투기 잡자는 명분이 있으니 요행을 부추기는게 정당화될 수도 없다. 분양가 통제로 투기라도 잡았으면 모르겠지만 지난 몇년간의 집값 흐름을 보면 '글쎄'다. 일부 극소수에게 복권을 안겨주는 로또 청약은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하지 마라는게 이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 아니었던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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