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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칼럼]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 | 공공 배달앱,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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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답앱 이슈가 뜨겁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성토에 열을 올린다. 배민이 음식점 중개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 게 사달이다. 배민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한 우리나라 대표 스타트업 기업이다. 사회적으로도 배민의 성공 스토리에 많은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자영업자 피를 빠는 악덕 독점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탐욕스러운 독점기업으로 지탄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논란을 정리하면 이렇다. 배민이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해서 자영업자가 힘들어졌다. 배민은 독과점 기업이다. 배민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서 국가가 수수료를 규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수료와 광고료가 무료인 공공앱을 만들어 배민을 응징하고 자영업자를 도와주어야 한다. 대충 이런 논리다.

배민의 수수료가 불공정한 횡포고 폭리인가의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배민은 일명 깃발이라는 정액제 광고를 주요 수입원으로 했다. 그런데 몇십 개의 깃발을 꽂는 자영업자가 광고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영세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었다. 그 대안으로 한 업체 당 깃발을 3개로 제한하고 이른바 오픈리스트로 음식점이 고객이 가까운 순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는 5.8% 정률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매출이 높은 자영업자는 수수료가 높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배민의 횡포 논란이 야기된 것이다.

그렇다면 5.8%의 수수료가 부당한 독점기업의 횡포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요기요는 12.5%다. 굳이 비교하면 외국 배달앱의 경우 20%~30%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배민이 싸다. 수수료는 단순하게 플랫폼 열어 놓고 받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그러면 합리적인 수수료는 얼마인가. 한계비용이다. 즉 자영업자가 음식을 팔고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는데 배달앱 수수료가 한계비용을 초과하면 배달앱을 통한 주문을 안 받을 것이다. 한계비용 아래서 수수료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배민 수수료가 한계비용을 초과했는지 여부를 따져보면 된다. 또한 특수한 몇몇 자영업자의 극단적 사례를 인용해서 일반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민을 통해 음식 주문을 받고 수수료를 지급한 전체 자영업자의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는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그래서 수수료가 과도하면 자영업자와 배민과 공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수용 가능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면 된다.

배민이 독과점 기업인가의 문제. 독점이나 과점은 한 개 또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이 들어가는 설비투자 사업이나 특허 등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도로, 발전 등이 독과점을 하게 된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자동차도 자연스럽게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다. 배달앱 시장은 이런 국가 기간산업이나 전략산업이 아니다.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배민은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 노력으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 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배민 이상의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배민과 강력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즉, 배달앱 시장은 독점적 경쟁시장이다.

문제는 이 민간의 영역에 국가 기관이 선수로 참여해야 하는가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자영업자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수수료와 광고료가 무료인 공공앱을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한다. 배달앱 플랫폼 만드는 것 쉽다고 한다. 그렇다. 배달앱 플랫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몇 억 원이면 만들 수 있다. 깡통이다. 그 후가 문제다. 배민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고객 서비스 노력, 지속적인 문화 콘텐트 개발을 통한 고객만족 등의 무형의 마케팅 노력을 해왔다. 배달앱 만들기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런 사회적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술로써의 플랫폼 기업을 폄훼하고 있다. 부적절하고 단순한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외부에서 찾는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자영업자가 어려우니 제로페이 만들었다. 임대료가 문제니 착한 임대료를 받으라고 건물주 압박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힘드니 가맹본부에게 원가 공개하라고 강요했다. 최저임금 인상하고 자영업자가 인건비 줄 여력이 없다고 세금으로 보존해주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자영업자 힘드니 공공 배달앱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자영업자는 국가 지원 없으면 스스로 생존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자생력을 상실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됐는가. 이는 자영업 과잉에 있다. 국민 총소비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이 과잉인 상황이다. 특히 진입장벽 낮은 음식점 등은 준비 안 된 창업과 과당 경쟁으로 그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 외부환경에 취약하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거시적 지표인 자영업자 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에 있다. 즉 자영업 총량제, 자영업 다이어트를 말한다. 자영업 생태계 관리를 통해 자영업자가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자영업자 살리자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그 적만 없애면 자영업자가 살아날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전형적인 프로파간다다. 문제는 임대료 얼마 지원해주고, 인건비 몇 푼 지원해 주고, 배달앱 지원해 주고, 카드 수수료 지원해주는 식의 비용 지원이 궁극적으로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매출이다.

기왕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배달앱 만든다고 하니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어서 혈세 낭비 소리 안 들으면 좋겠다. 민간 기업을 타깃으로 국가 기관이 경쟁하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제대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소비자도 좋고 자영업자도 혜택이 되는 지속가능한 공공 배달앱을 만들기 바란다. 국가 기관이 단순하게 플랫폼 만들고 시민들에게 착한 소비 강조하면서 그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시장에 참여했으니 마케팅 멋지게 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배달앱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시키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몸 사리지 않고 마케팅 제대로 할 의지와 역량이 없으면 국가 기관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위기의 자영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매경이코노미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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