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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김재호의 생명이야기]<186> 환대받는 알콜의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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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미국은 잘못된 식생활과 신체 활동과 관련이 많은 대표적인 만성 질환, 곧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가운데 성인의 반 이상이 한 가지 이상을 앓을 정도로 환자가 많았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1980년 식생활 가이드라인(dietary guidelines)을 제정하고, 5년마다 이를 개정하여 공표하고 있는데, 1990년에는 법을 제정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최근 버전인 2015년 가이드라인에는 건강한 식생활의 일환으로 제한하여야 할 음식에 첨가 설탕,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 나트륨을 열거하고, 알콜(에탄올)이 들어있는 음료를 섭취할 경우에는 여성은 하루에 1잔, 남성은 2잔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알콜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지키기 쉽지 않은, 너무나 적은 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년 동안 전 세계 사망자의 5.3%인 300만 명이 알콜 때문에 죽는다. 알콜 소비는 특히 젊은이들의 죽음과 신체장애의 원인이 되어 20·30대 사망자의 13.5%가 알콜 때문에 죽는다. 알콜은 200가지 이상의 질병과 부상의 원인이며,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 동료,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치고, 경제적·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의 지출을 가져온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에탄올과 알콜 음료를 담배연기와 함께 1그룹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알콜은 유방암, 결장암, 후두암, 간암, 식도암, 구강암, 인두암의 원인이며, 췌장암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알콜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너무 많아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알콜 음료를 마시면 우리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소화효소의 도움 없이 위와 작은창자에서 대부분 한 시간 안에 바로 흡수된다. 10% 정도는 오줌과 호흡으로 직접 내 보내고, 나머지는 주로 간에서 혈중알콜 농도를 시간당 약 0.016%씩 낮추는 속도로 여러 과정을 거쳐 몸에 해롭지 않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경시키는데, 이것이 알콜 대사다.


알콜 대사는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에탄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다시 빙초산이라고도 부르는 아세트산으로, 마지막으로 세 개의 물 분자와 두 개의 이산화탄소(CO₂)로 바뀌면서 알콜 대사가 끝나는데, 에탄올 1g에서 7kcal의 에너지가 생산된다.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들, 곧 아세트알데히드와 아세트산은 몸에서 조금도 사용되지 않으므로 에탄올을 깡통 칼로리라고 부른다.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흡수되는 속도에 비하여 분해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에탄올은 분해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몸 안에 머무르게 되는데, 이 때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분해 과정에서 생겨 짧은 시간 존재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고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알콜은 분해되기까지 몸 안에 머무르는 동안 무엇을 하길래 사람들은 술을 좋아할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사교적이 되는 것은 에탄올이 뇌세포에 있는 도파민과 엔돌핀, 세로토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켜서 이들 행복물질의 생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도파민과 엔돌핀, 세로토닌은 우리에게 기쁘고, 즐거우며,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물질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콜의 행복 효과는 혈중알콜 농도 0.05~0.06% 수준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 단계를 넘어서 더 높아지면, 긍정적 효과는 줄어들고, 부정적 효과가 증가하여 우울함을 느끼고, 시야가 흐려지며, 말이 어눌해지고, 통제력이 떨어진다. 알콜 농도가 더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기억이 소실되고, 인사불성 단계를 지나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원래 도파민이나 엔돌핀,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물질은 특별한 조건이 이루어질 때 분비되는데, 사람들은 그 물질이 분비될 때의 기분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 도파민의 경우 스포츠에서 득점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임무를 완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행동을 할 때 많이 분비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알콜이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니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물질의 분비를 도와주는 물질에는 에탄올 이외에도 코카인이나 헤로인, 몰핀, 엑스터시, 마리화나, 카페인과 같은 약물이 있는데, 이러한 약물들은 뇌세포에서 행복물질의 분비를 자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독성이 강하고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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