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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조주빈에 살인 의뢰’ 공익 꾸짖은 재판장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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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겠어요. 이게 무슨…(웃음)”(손동환 부장판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보복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 강모씨(24)가 재판부에게 지적을 받았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취지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씨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구치소에 수감된 강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왔다. 머리는 삭발한 상태였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손동환 재판장은 강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언급했다. 손 재판장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에 반성문을 내시면서 ‘(재판장님은) 교정기관에 수용된 적은 없으시겠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고인을)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반성문 제출로 인한 선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데….”

손 재판장은 “‘저만 고통 받으면 그만이지만 범죄와 상관없는 가족과 지인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적으셨는데 어떤 말씀인 줄은 알겠다”면서도 “반성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알려주는 것을 원한다면 좀 더 생각하고 반성문을 쓰시는 게 본인에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꾸 본인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선처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고통보다 피고인 본인의 어려움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지금까지 3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피고인들은 선처를 받을 목적으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감형을 해줄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씨 반성문에서는 반성의 기미를 읽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강씨 변호인은 “(강씨)집 앞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피고인이 그런 면에서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피고인은 ‘더 이상 살아갈 마음이 없다, 엄벌에 처해 달라’는 마음이다. 표현방식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손 재판장은 “피고인 본인에게 좋으라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안 그래도 범행 내용이 좋지 않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경기 수원 영통구청 가정복지과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고교 담임교사였던 ㄱ씨와 가족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뒤 이를 조씨에게 전달하면서 보복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ㄱ씨를 17회에 걸쳐 보복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도 있다. 강씨는 “우리나라 법 좋네, 너 죽이면 5년이니까 니네 사돈에 팔촌까지 다 죽이고 심신미약으로 3년 살면 되겠지?” 같은 살해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ㄱ씨를 협박한 혐의(상습협박 등)로 징역 1년2월을 복역한 이후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n번방’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강씨는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강씨의 성착취 범행 사건을 이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에 대해서 성착취 범행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 사건이 기소가 되면 같이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3일이면 (강씨 성착취 범행 기소 여부)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전담 재판부가 아니어서 병합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일단 다음 기일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에 열린다.

경향신문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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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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