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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4·15 총선]사전투표 첫날, 코로나19 확진자도 소중한‘한표’…“비닐장갑 투표 미끄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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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전국 투표소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전투표는 11일까지 이틀간 전국 3508곳에서 치러진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발열 체크를 하고, 손을 소독한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뒤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소 곳곳에는 비닐장갑, 체온계, 1m 간격 대기선 등 각종 방역 물품이 등장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생활치료센터 8곳에 마련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센터 투표장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번 사전투표는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해 투표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청와대 측이 설명했다. 정세균 총리 등 여야 지도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도 이날 사전투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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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1회용 장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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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도 소중한 ‘한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확진자와 지원인력도 사전투표 첫날을 맞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대구지역 경증 확진자 47명이 입소한 경북 경주 농협경주교육원 휴양관 1층에 마련된 보덕동 제2사전투표소에서는 거소투표참가, 미성년자 등 26명을 제외한 21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오전 8시부터 1시간여 동안 의료진과 센터지원인력 40여명이 투표한 데 이어 9시30분부터 레벨D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확진자들이 투표장을 찾았다. 확진자들은 휴양관 4~6층 객실에서 대기하다 간호사 호출에 따라 한명씩 투표소로 내려왔다. 확진자들 간에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투표사무원들이 주의를 기울였다. 확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소독한 뒤 비닐장갑, 헤어캡, 비닐우의까지 걸치고 투표소에 들어갔다. 신분증도 투표 전후 2차례 알코올 소독을 했다. 이들의 투표는 오전 11시에 모두 끝났다. 21명이 투표하는 데 1시간30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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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북 경주 농협경주교육원 휴양관 1층에 마련된 보덕동 제2사전투표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투표사무원 등이 확진자들의 투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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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지원나온 선관위 직원과 의료진은 투표함, 기표소, 기표봉 등을 몇차례나 닦는 등 위생소독을 강화했다. 투표사무원 5명과 참관인 2명 등 7명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보호안경, 의료용마스크, 위생장갑을 착용했다. 투표사무원 5명 중 3명은 선관위 직원이고 2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간호사를 배석시켰다.

선관위는 의료진과 행정지원인력을 투표 장면은 공개했으나 확진자들의 투표 모습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후 6시에 투표가 끝나면 기계 외에 이곳에서 사용한 각종 기자재와 비닐장갑을 한곳에 모아 폐기 처분한다.

전국 8곳 생활치료센터 사전투표는 시도선관위가 아닌 선관위가 맡고 있다. 이날 사전투표를 총괄한 김준오 선관위 사무관은 “확진자는 물론 의료진 등 지원인력의 참정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보건당국과 협의해 특별사전투표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별 사전투표소는 다수의 확진자와 의료·지원인력이 있는 서울 경기 대구 경북지역내 8개 생활치료센터에 설치돼 있다.

보건복지부 안영태 연구원은 “확진자들이 불편한 가운데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면서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닐장갑 투표 미끄러져”…‘1m 거리두기’

“손 소독하고 가세요. 장갑도 끼셔야 해요.”

4·15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서울 곳곳의 사전투표소는 오전부터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평일임에도 잠시 시간을 낸 직장인과 주부, 학생까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투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동작구 상도제3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은 개인 장갑을 준비해오거나 신분증을 투명한 지퍼백에 담아오기도 했다. 한때 투표하려는 시민이 몰려 대기줄이 길게 늘어지면서 되돌아가는 유권자도 있었다.

이날 투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 당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발열 체크, 손 소독, 비닐장갑 착용을 거처야 투표소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투표소에 입장한 뒤에는 신분증을 내고 마스크를 살짝 내려 얼굴과 사진을 대조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방역 조치에 따른 불편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근 전 신길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간호사 김지은씨(25)는 “불편하지 않았다. 서로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심모씨(40)도 “마스크는 이미 익숙해졌고 손 소독도 직장에서 늘 하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비닐장갑은 조금 어색하긴 해서 (도장을 찍을 때)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며 “어르신들께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기명날인이나 지문대조 중 하나를 선택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겠지만, 올해는 기명날인만 가능했다. 비닐장갑을 착용해 지문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신분증을 꺼내 신원 확인을 마쳤다.

“마스크를 조금만 내려주시겠어요?”(선거관리위원)

모든 유권자들이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로 가린 채 투표에 참여하면서 선거관리위원들이 신분증 대조작업 중 마스크를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광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차례로 기표소로 향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체온 측정과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방역절차는 잘 지켜졌지만, 보건당국이 강조한 ‘거리두기’는 어려웠다. 원칙대로라면 1m씩 거리를 둔 채 투표를 기다려야 하지만 사전투표소가 협소한 데다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정해진 간격을 지키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간격 유지를 관리하는 별도의 직원도 없었다.

주민 허모씨(64·자양동)는 “마스크와 장갑까지 끼고 투표를 하니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없는데 한꺼번에 엘리베이터로 몰리는 건 문제가 있어 보였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 외에는 되도록 계단을 이용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모씨(41)는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는데 도장 겉면이 미끄러워서 잡다가 순간 놓쳤다”면서 “원래 찍으려던 후보 칸에 인주가 묻긴 했지만 인주가 묻어서 혹시라도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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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배우 최불암씨가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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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둔산서로 서구청 지하1층에 마련된 둔산2동 사전투표소에는 점심 시간이 되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찾은 유권자들이 긴 줄로 늘어섰다. 점심 식사를 하고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 등이 많아 지하1층 투표소부터 1층 구청 건물 밖까지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10~20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려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 참여자들은 비교적‘물리적 거리두기’를 잘 준수하며 선거사무원의 안내에 따랐다. 다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간에는 발열 체크 이후 대기 장소가 좁아 1m 간격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기자들의 간격이 좁혀지자 선거사무원은 큰 소리로 “간격을 넓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발열체크 과정에서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투표소 안에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앞에 임시기표소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군부대가 많은 강원 춘천, 화천지역 등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영내에 머물던 장병들이 40여일 만에 밖으로 나와 밝은 표정으로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했다. 박모씨(40·춘천시)는 “총선 당일 많은 사람이 몰릴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어 미리 가족과 함께 사전투표소를 찾았는 데 생각보다 붐벼 놀랐다”며 “하지만 대부분이 1m 간격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다소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춘천시 신사우동 신사우도서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수두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와 투표를 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임시 기표소를 건물 밖으로 빼 이 환자의 투표를 도왔다.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도 많은 군 장병들이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이밖에 이날 오전 속초시 동해지방해양수산청 속초해양수산사무소 1층에 마련된 동명동 제1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본인 확인 과정에서 컴퓨터 에러가 발생해 일부 유권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올해 첫 선거권을 얻은 만 18세 청소년들도 투표소를 찾았다. 첫 투표를 마친 전홍민군(18)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거니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도선수로 활약 중인 전 군은 “한국을 잘 먹여살릴 수 있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35개 정당의 비례대표선거 출마로 길어진 비례투표용지에 놀라움을 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양손을 크게 벌려 “이만큼 길다”고 말하며 투표소를 떠났다. 출근길에 투표소에 들렀다는 직장인 ㄱ씨(38)도 “처음 보는 당이 많고 용지가 길어 좀 당황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묻자 ㄱ씨는 “차별 없는 사회, 여성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국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김모씨(27)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국회, 경제를 살리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이 8.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 단위 선거 동시간대 투표율 중 최고치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서 선거인 4399만4247명 중 373만535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박태우·류인하·이종섭·최승현·최민지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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