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둘러싼 격렬한 논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엄다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한국 경제가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치인들은 전염병 위기를 극복하고 침체된 소비를 촉진하고자 시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염병 구조 보조금에 반대를 표명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오히려 보조금 제안은 보수, 진보 정치인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긴급 재난 지원금

우리나라에서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불리는 이 보조금은 현금, 디지털 화폐, 유통 기한이 정해진지역화폐 등으로 지급되는 일정한 금액을 일컫는다. 경제학자들은 이 개념이 '보편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경제학에서 보편 기본 소득이라 함은 정부가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소득을 받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지급액으로 국민의 기본 소비를 충당하고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정부의 목적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조건이 붙지 않는다.

최근 들어 자동화된 노동력이나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이 서서히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보편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의 테크 산업 리더 또한 이 개념을 옹호한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7년 5월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보편 기본 소득과 같은 아이디어를 물색해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머스크 또한 트위터에서 "인공지능과 같은 신흥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 상실에 일조한다"며 보편 기본 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와이어드코리아

[사진=대한민국 국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담론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저소득층의 재정을 위협하고 기업의 우려는 커지며,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긴급 재난 보조금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초기 지지자 중 하나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쏘카'의 이재웅 대포다. 그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돕고자 각 시민에게 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이 대표는 청원 글에서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인한 경제 위기는 심각하고 사람들은 일자리의 위기, 소득의 위기,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며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 명에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수용하며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 그는 1300만 도민에게 각각 10만 원을 1회 지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지원금은 신용카드에 지원되거나 지역화폐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중앙 정부도 소득 분위 하위 70%에 속하는 각 가구에게 재난 지원금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구에 속한 각 구성원은 최대 25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조만간 국회에 제출해 승인 받을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에 이 보조금 계획이 들어 있다.

더 많이, 모두에게. 포퓰리즘일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보조금 계획을 지지한다. 다만 소득분위 하위 70%만이 아닌 모든 가정에 지급 범위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서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단 자기 확신을 가지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또한 정부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각각 50만 원씩 보편적으로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회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 상의 비상사태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1주일 이내에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한다.

한편, 반대 목소리가 보수당 의원 측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유승민 의원은 15일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보수적인 판도에서 벗어나 포퓰리즘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우파 정치의 전통적 이념에 근거하지 않았으며, 표를 사려는 당의 '악성 포퓰리즘' 시도에 반대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같은 당에 소속된 나경원 의원 또한 지난 7일 국가 보조금이 모든 국민이 아닌 소상공인에게 돌아가,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잘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 촉진 효과

긴급 재난 지원금을 찬성하는 주장의 근거는 소비자가 손에 더 많은 현금을 쥐고 있으면, 그 소비 수준이 높아져 기업이 바이러스 발병을 극복하는 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그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이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예를 들어,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드린다고 가정해보자. 쓰실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소비 촉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이 저소득 가정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중산층과 고소득 가정에는 큰 도움이 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게다가 저소득 가정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지기 보다는 부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소득층 대부분이 빚이 있다. 보조금을 받으면 뭘 사려고 하기 보다는 빚을 먼저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혹은 지역 화폐

전 교수 또한 보조금이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환이 아닌 구매로 돌리는 정책적인 방안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보조금을 받는 사람이 파산을 했거나 부채가 있는 상태라면 대부업체나 채권자가 그 대금을 압류할 수도 있다"며 "지역 화폐 형태로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그러한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국가적으로 소비가 올라가는 걸 보려면, 지역 화폐와 같이 압류가 불가능한 자산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조달책

보조금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논쟁의 또다른 쟁점이다. 진보 정치인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주장은 고소득자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올려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것이다. 전 교수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굳이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높은 세율을 낼 필요가 없다. 부자가 더 내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상남도 도지사 또한 이와 같은 생각이다. 그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이듬해에 고소득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바있다.

하지만 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미 저소득층보다 더 높은 세율을 짊어지고 있었던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올해의 정부 예산 중 일부를 재난 지원금으로 차라리 재편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신 위원장은 "올해 예산을 상정할 때 작년과 올해 상황이 똑같을 거라 정부에서는 예측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출 우선순위를 재조정함으로써 정부는 세수에서 한 푼도 늘리지 않고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Debate Rages over COVID-19 Relief Subsidy<저작권자 Copyright ⓒ WIRED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