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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푸르덴셜 품은 KB, 윤종규의 과감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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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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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외부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 과정에서 경쟁 후보와 비교해 최대 3000억~5000억원 높은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지가 컸다는 방증이란 평가다.

10일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 가격으로 2조2650억원을 책정했다. 몇 달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종결일까지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 750억원을 포함하면 총 2조3400억원이다.

또 KB금융과 푸르덴셜생명은 이 날 오후 미팅을 통해 인수 시점부터 2년간 현재 사명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푸르덴셜생명 모든 직원에게 위로금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4~5개월치 월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수 가격 2조3400억원은 푸르덴셜생명의 2019년 말 자기자본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약 0.8배에 해당하는 밸류에이션이다. 최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생명보험회사의 밸류에이션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란 평가다. 이 날 종가 기준 PBR은 한화생명이 약 0.1배, 삼성생명이 약 0.27배다.

각 생명보험회사별로 재무건전성이나 고위험 상품군 보유 정도 등에 따라 가치평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코로나19(COVID-19) 등 영향으로 낮아진 보험업종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비싸게 산 편"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같이 참여한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가 써낸 가격과도 차이가 적지 않다.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2조원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한 인수 후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낮은 금액을 써낸 인수 후보와 최종 거래 가격 간 차이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M&A 업계 일각에선 KB금융지주에 대해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생명보험업계에 비교적 우호적이지 않다. '제로금리'가 현실로 다가온데다 인구 고령화, 규제 강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생명보험회사가 성장 여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생명보험업종 밸류에이션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그만큼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지가 강했다는 평가도 적지않다. 푸르덴셜생명이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드문 생명보험회사라는 점에서 비은행 분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KB금융지주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그룹과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 구도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푸르덴셜생명과 관련 "푸르덴셜생명은 생명보험회사 중 견조한 회사고, 톱클래스에 속하는 회사"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뛰어난 회사는 기회가 있고, 보험 수요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공식 발표한 이 날 증시에서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1150원(3.54%) 오른 3만3650원에 장을 마쳤다.

M&A 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매각은 초기 단계부터 KB금융, 특히 윤종규 회장의 판단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딜(거래)이란 평가가 많았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푸르덴셜생명 가격은 매각 측의 당초 기대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KB금융은 강력한 인수 의사를 바탕으로 다른 후보를 압도하는 가격을 앞세워 승자가 됐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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