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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車·가전·조선 침체에 철강 `수요 절벽`…코로나發 `도미노 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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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 감산 공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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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멈춘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공급사슬에 따른 감산 도미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오던 전자·자동차 업체들이 국내외 공장 셧다운을 실시한 데 이어 이들 업체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업들마저 감산의 기로에 서 있다. 생산 차질로 공급이 감소한 데 이어 소비 수요까지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이자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19발 실물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전이·확대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예가 철강이다. 철강 생산은 통상 두 달 시차를 두고 전방 산업의 판매량 등 감소에 따른 타격이 오는데, 지난 2월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중단이 이어지며 사태가 장기화하자 철강 업체들은 더 이상 재고를 쌓아 둘 수 없는 시점을 맞게 됐다. 감산을 고민하는 포스코에 앞서 글로벌 철강 업체들은 이미 감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1위 철강 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중순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고로 4기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철강 업체인 US스틸도 이달부터 인디애나주 소재 공장 내 고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급망 관리(SCM)가 철저한 가전 업체들은 일찌감치 수요 부진에 대한 탄력 대응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을 재가동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셧다운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유통망 붕괴로 TV, 가전 등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를 쌓아 둘 데가 없어지자 삼성전자가 결국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SCM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재고로 쌓아 두지 않고 거의 생산과 동시에 현지 딜러망에 공급하는 사업구조다. 그러나 소비자가 최종 구매하는 단계인 '셀 아웃'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요 급감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TV, 가전 같은 대형 제품은 구매에서 설치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같은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물건을 쌓아 둘 곳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약 8208만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출하량인 9949만대보다 17.5% 줄어든 것이다. 특히 2분기만 보면 지난해 4771만대에서 올해 3875만대로 출하량이 896만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분기에 수요 충격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부품 공급 차질에 공장을 멈춰야 했던 자동차 업계도 이달 들어서는 수요 부진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2월에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공급 차질, 공장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중국과 국내 공장이 멈췄다. 현대(8만대)·기아자동차(4만대)는 2월 한 달간 총 12만대 생산 손실을 입었다. 자동차 업계는 1분기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 전체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95만7402대)과 비교해 약 1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2분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 등 해외 주요 시장에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 현지 공장을 닫고 수출도 막힌 데 따른 피해가 막심하다. 자동차 업계는 2분기 국내 내수·수출용 완성차 생산이 전년 동기(107만930대) 대비 약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도 104만54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4% 급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분석가는 현대차의 올해 연간 생산 대수가 전년 대비 16.4~19.6% 줄어든 353만~367만대 선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아차 역시 7.5~11.1% 감소한 240만~250만대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충격은 부품사에 도미노로 전가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달부터 부품사 실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30% 하락하며 부도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면 소비가 살아나겠지만 4~5월까지는 1분기보다 더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듯하다"면서 "최근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 등으로 한 차례 타격을 입은 2차 협력사가 가장 위기에 취약하다"고 염려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810만CGT) 대비 71% 감소한 수치다. 2018년(183만CGT)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특히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발주가 없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병헌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에 따라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감산이나 생산 스케줄 조정 등으로 코로나19 쇼크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전체를 손보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당분간 글로벌 공급망을 갖고 있는 자동차가 가전보다 타격이 크고, 궁극적으로 하이테크 산업이 전통 제조업에 비해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철 기자 /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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