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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두산重·항공사 줄줄이 위기…산은 `구조조정 실탄` 미리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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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 감산 공포 ◆

매일경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KDB산업은행은 후순위 산업금융채권 한도를 4조원 확대한 점에 대해 기존에 발행했던 산금채 상각으로 인해 추가 발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산은이 향후 실물경제 위기에 대비해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순위 산금채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기존 산금채가 상각된다는 것은 그만큼 산은의 자본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자본금이 줄어들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악화되고, 결국 추가 여신이나 자금 집행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후순위 산금채 발행 한도를 미리 확대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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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장 산은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산은은 선제적으로 7조원 규모 원화 유동성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100조원 대책'에 따라 이미 산은이 부담해야 할 자금은 16조원을 넘는다.

또 두산중공업을 포함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산은 문턱에 줄을 서 있다는 점에서 산은이 자금 투입 여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은은 두산중공업에 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향후 자구안과 기업 실사 결과에 따라 자금을 더 넣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도 추가 자금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은 후순위 산금채는 10년 또는 15년 기간 장기채권이고 금리가 높기 때문에 보험사, 연기금 등 장기채권 수요가 있는 기관이 주로 매입한다. 따라서 채권 발행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다.

그러나 산은 입장에서는 후순위 산금채 발행이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후순위 산금채는 금리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산은의 이자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자비용은 결국 BIS 비율 하락을 부추긴다. 산은의 BIS 비율은 2018년 14.80%에서 지난해 말 13.97%로 하락세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15.2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업들의 채권을 직매입하지 않는 이상 산은 등 국책은행들의 자본 형평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예산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국책은행 지원을 위한 출자가 어렵다.

산은 측은 기존에 발행했던 5조4000억원 후순위 산금채 중 2조원가량은 10조원 한도의 기준인 바젤Ⅲ(국제결제은행 자본 규제) 이전에 발행된 만큼 법정 한도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이다. 법정 한도 10조원을 채우기까지는 2조원 정도는 추가 발행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실탄 확보를 넘어 조직 구조도 구조조정 국면에 대비해 재편하고 있다. 실물경제 타격으로 기업들이 위기에 빠질 시나리오에 대비해 축소 추세였던 구조조정 담당 조직을 다시 확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상황이 악화된 기업들을 제외해도 이미 산은의 '우산' 아래에 있는 기업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쌍용자동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기존에 약속했던 자금 수혈이 무산되면서 산은만 바라보고 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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