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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감산합의 거부한 멕시코 "미·러·사우디 생산량 더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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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합의했더라도 유가반등엔 역부족 평가
코로나發 수요붕괴 감안하면 과잉공급 상태에 감산폭 미약
최대 산유국 美 결단에 달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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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바닥을 치고 있는 국제 유가의 방향이 석유수출국기구 및 10개 산유국 연합(OPEC+)의 협상 실패로 결국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결정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초에 OPEC+의 감산량이 너무 적었다며 유가를 올리려면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G20 회의에서 감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OPEC+은 9일(현지시간) 11시간에 걸친 화상회의 끝에 소속된 23개국이 일평균 1000만배럴의 석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멕시코의 동의가 있을 경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측은 OPEC+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멕시코 어깃장에 좌초

세계 산유량 2~3위를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날 자국의 생산량부터 크게 줄이겠다며 다른 국가들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로시아 날레 멕시코 에너지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2개월간 일평균 10만배럴까지만 감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OPEC+는 당초 멕시코에게 일평균 40만배럴 감산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경제난에 빠진 멕시코 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실행할 돈을 마련하려면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의 증산이 불가피하다. 멕시코측은 사우디나 러시아, 미국같은 대형 산유국들이 감산폭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에 열리는 G20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감산 논의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가했던 관계자는 멕시코 없이 합의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사우디쪽에서 멕시코 없이는 합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성사됐더라도 유가 반등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7일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생산량과 소비량은 각각 일평균 9939만배럴, 9552만배럴로 과잉공급 상태가 된다. 다국적 원자재 유통사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세계 석유 수요가 이달에만 일평균 350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달 협상은 현재 수요 붕괴를 감안하면 너무 미약하고 늦었다"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석유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겐 석유부문 대표는 "시장에서는 좀 더 큰 규모의 감산을 기대했을지 모른다"며 "이번 협상에서는 감산 기준선이나 OPEC+ 외 산유국들의 참여 여부 부분에서 세부사항이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감산 참여에 주목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으로 유가 폭락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석유 업체들에게 감산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10일 G20 회의에서 미국의 감산을 촉구할 계획이며 OPEC+가 일평균 1000만배럴을 감산하는 사이 비 OPEC+ 산유국들도 최소한 일평균 400만배럴은 감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 상황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는 9일 기자회견에서도 "엄청난 양의 석유가 아무도 어찌할지 모를 정도로 생산되고 있다"며 "아주 빠른 시일 내 보관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석유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19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금이야말로 국가 전략 비축유를 채우기에 좋은 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어느 정도에 이르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남는 석유가 많긴 하지만 통제가능하다"며 "나는 미국의 에너지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에너지 기업들이 대량 해고에 나서지 않도록 최소한의 가격이 필요하다"며 유가에 하한가를 적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유가는 바닥 수준이며 앞으로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를 아끼고 저렴한 에너지를 만들어 일자리를 지켜냈다"고 자찬했다.

한편 미국 석유업체들은 감산 여부를 놓고 시장 경제를 존중해야한다는 입장과 생존을 위해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최대 셰일 석유 산지인 텍사스주에서 셰일 사업을 관장하는 텍사스철도위원회는 오는 14일 업계 공청회를 열고 감산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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