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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대구 희망천사’ 신임 간호장교들 ‘감동의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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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서 밤낮 없이 코로나 사투 / 임무 마치고 복귀… 2주 자가격리 /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응원 큰 힘”

“각자 위치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국민과 장병의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5주간 국군대구병원에서 의료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김지현 소위는 10일 여전히 환자들 생각뿐이었다. 한 달 넘게 환자들과 동고동락하느라 지칠 법한 얼굴은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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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완수 축하 액자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됐던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들이 서욱 육군참모총장에게 받은 첫 임무완수 축하 기념액자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김 소위를 비롯해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은 지난달 3일 졸업식과 임관식을 마치자마자 대구로 투입됐다. 코로나19에 맞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제1전선’이었다. 간호학교에서 4년간 배웠다고 하지만 첫 ‘전장’의 중압감과 감염 위험성을 일반인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신임 간호장교들은 졸업과 임관의 기쁨도 채 누리지 못했다. 영상으로 중계된 행사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선 바로 대구 방역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하루 3교대 스케줄 속에서 경증환자 면담, 투약·복약 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임상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서툴 수밖에 없었다.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막막했을 터이다. 하지만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의지만은 선배 간호장교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선배 간호장교들한테서 배우면서 산소치료 보조 등 중증환자 치료지원을 병행했다. 환자 중에는 24시간 잠시라도 눈을 뗐다가는 위급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이들도 있었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피부에 상처가 났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금세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안면보호대에 짓눌려 얼굴이 따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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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됐던 신임 간호장교 신나은 소위(왼쪽)와 박은지 소위가 마주 보고 방호복 착용을 돕고 있다. 국방부 제공


박규송 소위는 “보호복을 입고 2시간 내내 일하다 보면 피로가 몰려왔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채 숙소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외롭고 답답했지만, 군인이자 간호사이기에 이 일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연재 소위는 “저와 동료들 안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보호복을 입을 때까지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전했다. 완치환자들이 보내준 감사편지가 그들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힘이었다. 신나미 소위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많은 분이 보내주신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혜리 소위도 “생각보다 상황이 열악했지만, 의료진을 보호할 방법을 매일 새로 고안해 주시는 걸 보면서 뭉클했다”며 “간호장교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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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의 국군대구병원 의료지원을 무사히 마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들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영상메시지를 보고 있다.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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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의 국군대구병원 의료지원을 무사히 마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육군 제공


행여 코로나19에 걸렸을까 봐 신임 간호장교들은 지난 8일 모두 검사를 받았다. 간호학교에서, 현장에서 배운 대로 원칙을 지켜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앞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다. 이들은 오는 27일 신임 간호장교 지휘참모과정 교육을 받기 위해 국군의무학교에 입교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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