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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설]선대위원장도 “이 당, 한심하다”고 할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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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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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윤리위가 ‘세월호 망언’을 한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에 대해 제명이 아닌 탈당권유 결정을 내렸다. 즉각 제명하는 대신 열흘 안에 자진 탈당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윤리위는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를 겪고 보니 사람과 짐승으로 나뉘더라”는 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이었다는 차 후보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차 후보는 윤리위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하다며 총선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차 후보는 TV토론회에 나와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유족들을 비하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터넷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자식 잃은 부모들을 공개적으로 능멸했다. 그런 발언이 방어용이었다니 어이가 없다. 그에게선 어떤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되레 ‘세월호 우상화’ 운운하며 방어하는 모습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는 “세월호 유가족들,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했다. 이런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도 모자라, 면죄부성 징계만 하며 안고 가겠다는 통합당은 유권자가 무섭지 않은 것 같다.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용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빈말이었음이 드러났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이 한심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그 사람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다.

통합당은 초유의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후 3년 만에 보수세력을 끌어모은 뒤 혁신을 제1 가치로 내세웠다. 당명에도 미래와 통합을 담으며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바뀐 건 전혀 없다. 자고 나면 여기저기서 세대 비하, 여성·소수자 혐오, 세월호 막말, 5·18 모독 발언들이 쏟아진다. 미래와 통합이 아닌 과거와 분열에 익숙한 퇴행적 모습은 그대로다. 간판과 당 색깔만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생각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통합당은 연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퇴행적 보수가 외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통합당은 왜 안팎에서 ‘한심한 당’이란 소리를 듣는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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