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지역노조가 주장하는 핵심은 노동존중과 사업성이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하나 일자리 창출이 먼저지 노동존중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사업성을 먼저 이루고 노동존중은 그다음에 생각하자고 말한다. 광주시와 현대차도 이 둘을 별개로 간주해 왔다. 그러면서 노동계를 포함한 3자의 만남을 단 한 차례도 허락지 않았다. 작년 4월 노정협의회에서 노동계는 협정서 이행을 위한 연구용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런데 노동계도 모르는 사이 적정임금과 상생방안이 만들어졌고 또 만들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미 노동존중이 아니다. 그들이 중시하는 사업성만으로 구상했나보다.
사업성은 시장성과 경쟁력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에서 경쟁력은 기술력이나 마케팅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아킬레스건은 바로 노동비용에 있다. 이 노동비용을 줄이는 핵심수단이 바로 노동존중이다. 노동비용은 단기적으론 임금수준을 말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력운용방식의 효율성과 노사 간 갈등비용을 포함한다. 이 노동비용을 낮추자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고 그 핵심 수단은 노동의 참여확장, 즉 노동을 존중하고 경영·행정의 파트너로 깊게 인정해가는 것이다.
만일 노동존중과 사업성을 별개로 생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 이들이 제기했던, 포화상태에 이른 자동차시장, 수익성이 결여된 경차, 한계에 다다른 내연기관자동차 등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은 어느 것 하나 경쟁력으로 내세울 게 없다. 이렇게 따지면 반대주장이 근거가 없지 않다. 상생 파트너십 없이는 합의된 적정임금·노동시간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므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겨 온 임금체계 개선도 물 건너간다. 노동시간계좌제와 같은 선진 제도 도입과 노동자들의 학습·훈련 기회도 사라진다. 향후 공장 가동 시 노조가 자연히 만들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지금과 다른 새 협약이 체결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언감생심이고, 경쟁력이 저하되면 연대라는 노조의 본질을 망각하고 다른 공장부터 문 닫으라는 이기적 요구가 분출될 것이다. 기존 노조와 마찬가지로 신차 협상과 투입비율을 결정하는 데에도 수개월에서 1년씩 소요될 것이다. 결국 갈등은 돈으로 거래되고 한국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악순환은 고스란히 되풀이된다.
그렇기에 노동존중이 바로 사업성이 되는 것이다. 노동존중과 사업성은 하나이며 이것이야말로 광주형 일자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다. 노조가 당장 모든 것을 백지위임하고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한다 해도 차별화된 사업성 기획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노동존중과 참여를 말하면서 사람이 아닌 말뚝이나 마네킹을 염두에 두면 곤란하다. 노동존중부터 다시 시작하라. 노조의 문제제기 외에도 방만한 임원 규모와 공사비, 금융비용, 인도네시아 공장건설에 따른 아중동시장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노동존중보다 사업성이라고? ‘바보야, 노동존중이 사업성이야.’
박병규 | 광주형일자리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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