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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정신·육체에 부담주는 ‘사회적 고립’…안부 전화 등 ‘유대’로 ‘위협’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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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게 ‘거리 두기’

리디아 덴워스

경향신문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에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은 지난 3월17일부터 물리적 거리 두기를 지역 정부에서 강제하기 시작했다. 필수적인 서비스가 아니면 타인을 집에 들어오게 할 수 없고,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 아닌 사람을 2m 안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갑작스럽게 생활에 많은 변화가 왔다. 그러면서 빠르게 드러난 것이, 사람들은 가족 밖의 사람과 연대하기를 원하고, 갑작스러운 규제로 그럴 수 없게 되었을 때 많든 적든 부정적인 정신적·육체적 증상들을 경험한다.

리디아 덴워스의 <우정: 진화, 생물, 그리고 삶의 근본적인 유대>는 그런 증상들을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우리가 사회적·문화적 산물이라고 믿었던 우정과 가족 밖 사람들과의 유대가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도 기록되어있는 진화의 산물이고, 그런 유대가 결여된 삶은 흡연이나 비만만큼이나 건강에 나쁘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반드시 많은 사람과 유대를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디렉터 로라 카스텐슨은 나이들면서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의 관계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되고, 어떻게 그들을 만나게 되었는지보다는 그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시간은 제한되어있고, 그러다보니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은 유인원들의 생활에서도 관찰된다.

경향신문

‘사회적 고립’은 노화를 촉진하여 외롭게 지내는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심혈관에도 이상을 가져왔다. 타인과의 유대는 6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특히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꾸준히 만나는 친구들이 있고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았다. 일례로, UCLA 전염병학 (교육학과가 아니다) 교수인 트레이시 시먼이 LA학군과 연계하여 진행한 ‘세대 교류’ 프로젝트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 은퇴한 지역 주민들을 자원봉사자로 훈련시켜 보내준다. 아이들에게는 도움을, 주민들에게는 지속적인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프로젝트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 것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혈압과 콜레스테롤 레벨이 낮아졌고, 가장 놀라운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면역체계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유전자 표현이 달라졌고, 그 결과 혈액에서 염증 수치가 줄어들었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이 높아졌다.

우리는 공동체에 속해있을 때 더 행복하고, 우리가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더 건강하다. 거리 두기는 ‘사회적 고립’이 아니고, 아니어야만 한다. 지금의 달라진 생활은 확실히 우리 모두에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부담을 준다.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비접촉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든가, 정기적으로 전화나 화상 통화로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해보자.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타인과의 유대를 공고히 할 때,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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