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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책과 삶]100년 전 예견된 물질만능주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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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유혜인 옮김

메이븐 | 464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국내 첫 완역판인 <세상의 주인>(원제 Lord of the World)은 암울한 미래를 그린 세계 최초의 디스토피아 장편소설이다. 1907년 출간 이래 국제적으로 292개 판본이 나왔고, 조지 오웰의 <1984>나 토머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물론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이어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두 차례에 걸쳐 추천해 주목을 받았다.

작가 로버트 휴 벤슨(1871~1914)의 이력도 독특하다. 영국 성공회 최고위직인 캔터베리 대주교의 아들인 그는 1895년 성공회 사제로 서품을 받았으나 1903년 개종, 가톨릭 신부가 됐다. 당대 주목받는 지식인이자 가톨릭 사제로서 그는 사목활동과 함께 5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세상의 주인>은 초자연성을 부정하고, ‘인간이 신’이라는 맹목적 인간중심주의,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세계 지배세력에 맞서는 가톨릭 신자들 이야기다. 지배세력의 가치관이 실현될 때 인류가 어떤 비참한 상황에 이를지를 드러낸다.

책은 또 100여년 전에 이미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 초고속 통신, 대량 살상무기 등을 예견하기도 한다.

저자가 집필 당시 예상한 대로 비판·논란을 낳기도 한 책은 다양한 시각에서 끊임없이 분석·해석되고 있다. 그만큼 책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판에는 문학적·신학적·역사적 의미를 분석한 3편의 해제가 부록으로 실려 작품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책을 물질적·세속적 세계관을 퍼트리는 지금의 세계화, 곧 ‘사상의 식민지화’ 위험성에 대한 경고·예언으로 해석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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