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화제의 책]읽지는 않고 보기만 해서 걱정?…이모티콘과 물음표, 이미지로 주고받는 ‘느낌’을 읽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엄기호 지음

따비 | 296쪽 | 1만6000원

경향신문

책 표지에 ‘멀티미디어 시대, 새로운 리터러시를 이야기하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아마도 책 내용을 설명하는 ‘짧은 자기소개서’일 텐데 이른바 ‘부제’는 아니다. 책에는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라는 부제가 별도로 달려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얼굴이랄 수 있는 표지가 다소 수다스러워졌다. 일단 표지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리터러시’(Literacy)란 무엇인가. 저자 가운데 한 명인 김성우는 “문자언어의 습득, 이를 통한 지식 및 정보에의 접근, 이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밝힌다. 간단히 말해 ‘문해력’이라고 이해해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책의 문제 제기는 “변화하는 시대의 리터러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학력고사 세대”인 저자 엄기호는 “정해진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문 밖을 상상하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는, 말하자면 ‘교과서에 갇힌 세대’였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었어도 “문자 텍스트 중심”의 현실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제 변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자 텍스트는 시험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그 바깥에서 교양을 쌓거나 성찰을 하기 위해 접하고 참조하고 해석하는 것은 문자가 아니라 동영상”인 것이 현실이다. 김성우의 설명에 따르면 문자와 이미지(읽기와 보기)는 이미 역전됐다. “이제 초등학생들은 유튜브를 검색엔진으로 이용하고, 유튜브 채팅 기능으로 영상을 보면서 서로 소통”한다.

“문자 텍스트 중심의 단일 문해력”에 익숙해 있는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동(情動·affect)이 발동되는가”이다. ‘정동’이란 언어로 의미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혹은 느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젊은 세대에게는 “이모티콘과 느낌표가 중요”하다. 엄기호는 이것을 “정동적 독해가 의미론적 독해보다 훨씬 중요해진” 상황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학생은 “교수님, 이번 학기 부교재가 뭐예요?????”라고 다섯 개의 물음표를 날린다. 하지만 쉰 살이 훌쩍 넘은 교수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건 뭐지?’라면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리터러시 위기론’이 나온다. ‘문해와 비문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결국 그렇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 책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 다만 ‘변동’이라는 점이다. 엄기호는 “리터러시란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 스펙트럼”이라면서 “리터러시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주체는 ‘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성우는 “리터러시의 지형이 격변하는 시기”라며 “내가 원하는 독해가 맞는 독해이고, 그것과 다르게 읽어내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바라보는 답답한 상황을 지적한다.

책의 제목만을 보자면 유튜브 시대에 책의 위기를 말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 또한 ‘근대적 읽기’에 익숙해진 ‘제한된 문해력’인지도 모르겠다. 두 저자가 책 말미에서 강조하는 것은 “‘멀티리터러시’(multi-literacies)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지금 다양한 문해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미래에서 오고 있는 ‘보는 것’과 ‘가상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과거로부터 여전히 오고 있는 ‘말하고 듣는 것’의 리터러시가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두 저자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강조한다. “말과 글, 영상의 효과와 가치를 삶이라는 맥락에서 탐색하는 것, 그것이 개인의 경쟁력과 권력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소통의 기반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디지털 네이티브’나 ‘유튜브 세대’로 불리는 집단의 관점을 오롯이 녹여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저자의 대담으로 구성된, 다시 말해 ‘말글’로 쓰여진 책이어서 쉽고 편하게 읽힌다. 우리 시대의 소통을 고민하는 이들, 특히 교사들에게 유용해 보이는 책이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