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트럼프는 NATO 사무총장에게 "우리 아버지는 독일의 아주 훌륭한 곳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아버지는 뉴욕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고향이 독일인데도 세 번이나 '아버지가 독일 출생'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나는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안다. 서울 인구는 3800만명"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작년 백악관 첫 각료회의에서 막말과 자화자찬을 쏟아내자 미 언론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으로 주절거렸다고 했다. 순간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 잔치'를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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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 구호로 '헛소리 그만(No Malarkey)'을 내걸었다. 미국 대선에서 이런 구호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내걸어 승기를 잡았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장했다. 그런데 '헛소리 그만'이라니, 트럼프를 상대로는 이만한 구호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첫해 하루 평균 5.9건의 거짓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으나 취임 601~801일 사이에는 그 빈도가 하루 22건으로 뛰었다. 진실을 뻔뻔하게 호도하는 트럼프의 헛소리에 지친 미국 유권자라면 이 구호가 솔깃할 것이다.
▶'헛소리 그만'은 트럼프에게만 쓸 구호는 아닐 것도 같다.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총리는 코로나를 우습게 여기다 자신이 걸렸다.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했던 시진핑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이 “투명하다”고 했다. 브라질 대통령은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세계 도처에 헛소리를 남발하는 대통령, 총리들투성이다. 이것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인가.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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