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사설] 與 후보 "내가 요청해 대통령 온 것" 대놓고 하는 관권 선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주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가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방문과 유족에 대한 배상과 보상 약속은 내가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에게) 저를 위해 해줄 게 하나 있다"며 대통령의 제주 방문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선 캠프 출신으로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선거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잦은 현장 행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통령이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이자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고,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하는 선거 행보를 하고 있다고 여당 후보 스스로 밝혔다. 선거 거리 두기는커녕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자 관권 선거다. 선거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여당 후보의 '관권 선거 자백'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여기 한 곳에서만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4월 들어 1일 경북 구미, 3일 제주, 5일 강원 강릉, 6일 서울 명동, 7일 인천공항, 9일 경기 성남시를 잇달아 찾았다.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릴레이 현장 방문은 선거가 아니라면 설명하기가 힘들다.

청와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 경찰에 야당 후보 첩보를 넘겨 수사토록 하고 정책 담당자는 내부 기밀을 빼줘 가며 여당 후보 공약을 만들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선 경쟁 상대를 매수하려고 했다. 검찰 수사로 이런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지만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울산시장 사건을 예로 들며 "오해 소지가 없도록 하라"고 '유체이탈'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서 자신은 법에 금지된 여당 후보 지원을 다녔다. 이러고도 여당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니 앞으로 선거 공작 정도는 거리낌 없이 자행될 모양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