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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인권침해 우려에도 국민 80% '손목밴드' 찬성…"내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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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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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특별 임시항공편을 탄 교민들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별도 교통편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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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 대상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손목밴드(전자팔찌)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일반 시민 중에서는 찬성 여론이 80%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여론을 등에 업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손목밴드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10명 중 8명 손목밴드 도입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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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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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손목밴드는 블루투스로 핸드폰과 연결해 이탈할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자가격리자의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 이탈 여부를 감시했지만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두고 몰래 외출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하자 나온 아이디어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2%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찬성 이유로는 '감염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해서', '무단 이탈자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서'가 가장 많았다.

최근 자가격리자가 무단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13.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손목밴드를 도입해서라도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막아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자가격리자는 잠재적 범죄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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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27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들을 포함해 해외 입국자들의 특별검역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자체 자가격리 모니터링도 한층 강화했다. 자가격리자와 1:1 매칭 전담 직원을 배치해 기침, 발열 등 건강 상태와 위치 이탈여부 등을 모니터링 앱을 통해 관리하고, 상담전화를 통해 특이사항이나, 자가격리자의 애로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다. 성동구 보건소 콜센터(02-2286-7172)는 해외입국자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24시간 운영 중이다. 2020.03.27. (사진=성동구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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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많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자가격리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이다.

시민단체 활동가와 교수 등 143명은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자가격리자를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조치인 전자팔찌는 한국 정부가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지닌 인권과 법치주의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대"라며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허물어버린다면 이를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그동안 한국사회가 이뤄온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제안이다. 인권위는 손목밴드를 도입하면 검사 대상자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검사를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함께 내놨다.

손목밴드 도입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반대의 한 이유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손목밴드는 현행법상 명시적 근거가 부족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목밴드 찬성 여론 압도적인 이유 '자기 일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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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마련된 코로나19 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온 외국인이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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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목밴드 도입 찬성 여론이 높은 이유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지금 자가격리 대상자는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한테 다수의 의사라는 이유로 손목밴드를 차라고 하는 것은 소수자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인권침해의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인권은 다수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 만큼 여론에 기대지 않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식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자가격리자 이탈로 국내 바이러스 확산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자 손목밴드 도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인권침해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제를 쉽게 풀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도 언젠가 이런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시민단체, 각 분야의 전문가 등이 모여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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