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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경찰청장 'n번방' 위장수사 문제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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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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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을 이용해 불법 성(性) 착취 동영상이 공유돼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이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위장·잠입수사 등의 특별수사기법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수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일부 경찰은 n번방 가담자를 파악하기 위해 잠입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 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원래 범행 의도가 있는 상황에서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범죄 정황이나 행위자를 확인하는 것은 법적으로 함정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n번방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완전히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생산자, 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과연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함정수사같은 특별수사기법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외국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언더커버(위장·잠입수사)나 실제로 범죄단체를 만드는 등의 수사방법은 위법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성매매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성매매 업자를 만나는 방식의 수사는 가능하다.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수사기관이 실제로 성매매를 했을 경우에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에서 성매매 알선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더 깊은 수사를 목적으로 실제 성매매를 한 경우에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만 특별수사기법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수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사기관이 마약상과 연락해 실제로 접선해 검거하는 것 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수사기관이 직접 마약 조직원이 돼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하는 것을 불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특별수사기법을 무리하게 활용하다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범행 가담 기준이 애매하고 수사가 깊게 진행될수록 실제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의 함정수사가 아니라 범죄의 의사를 유발했다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한 수사기관 종사자는 "위장수사나 함정수사 등은 주로 마약범죄나 조직범죄 검거에 활용되는데, 이 경우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깊숙히 개입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그런 경우 위법성 판단이 실무자로서는 쉽지 않고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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