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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입맛뒷맛] 집에 오븐 없어도 쉐프처럼 스테이크 굽는 요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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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스테이크 굽기
[촬영 조성미, 제작 남궁선.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어느 때보다도 집밥의 기회가 많은 요즈음 다소 고난도인 요리를 집에서 시도해보는 식도락가들이 늘고 있다.

잘 구운 스테이크도 그중 하나.

스테이크는 스테이크하우스나 레스토랑 등 전문 식당에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이크는 화력 좋은 오븐, 두꺼운 스테이크용 팬, 숙련된 요리사의 솜씨 등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요리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때는 '전문 레스토랑에서 먹던 맛까진 안 날 수 있다'고 기대를 살짝 내려놓는 마음을 먼저 먹은 뒤 착수하는 것이 좋다.

◇ 무엇을 구울까

대형 마트나 정육점 또는 신선식품 배송을 통해 고기를 산다. 고기 부위 선정도 중요한 과정.

한우는 보통 안심, 등심, 채끝살 부위가 스테이크용 고기로 시판된다. 호주산이나 미국산 같은 수입산은 윗등심이라고도 하는 척아이롤, 부챗살, 살치살 등이 스테이크용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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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미국산 척아이롤·살치살·부챗살(위)과 호주산 척아이롤·부챗살·안심
[촬영 조성미. 재판매 및 DB 금지]



예산과 선호하는 원산지에 맞춰 선택지를 좁힌다.

한우를 골랐다면 육질은 부드럽지만 기름기가 적어 자칫 퍽퍽할 수 있는 안심이나 맛이 안심보다 풍부하고 씹는 맛이 있지만 다소 질길 수 있는 등심 중에 선택한다.

채끝살은 근막이 살코기 사이사이에 분포돼 집에서 스테이크로 맛있게 굽기엔 약간 어려운 부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얇게 썰어서 시판되는 경우가 많아 스테이크보다는 한식 구이용으로 먹기 알맞다.

수입산 중 굽기 쉽고 먹기 편한 것은 살치살이다. 지방이 살코기 사이에 실핏줄처럼 퍼져있어서 지나치게 오래 굽지만 않는다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부챗살은 나름의 감칠맛이 있는 부위이지만 고기 한가운데에 다소 두꺼운 힘줄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부도 질긴 편. 힘줄을 제거한 뒤 구울 수 있다.

척아이롤은 등심보다 어깨 쪽에 자리 잡은, 등심과 목살 사이 부위인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임에도 장점이 많다.

목심에 가깝다 보니 지방이 적지만 고기향이 좋고 육질이 쫄깃한 것은 등심의 장점을 닮았다. 미국에서는 값이 싼 것에서 유래해 '가난한 이의 등심'(Poor man's rib eye)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대형 마트 등에선 고기를 스테이크용으로 적당한 두께로 잘라 팔지만 정육점에서 통고기를 잘라 달라고 할 때는 3㎝ 두께가 가장 적당하다.

고기를 샀다면 함께 구워 먹을 채소도 준비한다. 양파, 버섯, 파프리카, 가지, 애호박 등 좋아하는 종류라면 된다. 계절이 맞는다면 아스파라거스나 콜리플라워, 단호박 등도 구워 먹기 좋은 채소.

◇ 어떻게 구울까

냉장 상태였던 고기는 실온에 30분가량 두어서 냉기를 좀 빼야 굽기 좋다. 30분 둘 시간이 없다면 전자레인지에 30초∼1분가량 돌려서 내부 온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키친타월로 고기 표면의 핏기를 두드리듯 닦아낸다. 꽃소금과 후추로 밑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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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간한 척아이롤(왼쪽)과 함께 구울 채소류
[촬영 조성미. 재판매 및 DB 금지]



집에서 가장 두꺼운 팬을 준비한다. 스테인리스나 주물 팬이 가장 바람직한 재질이지만 없다면 코팅 팬을 쓸 수도 있다. 기름을 많다 싶을 정도로 넉넉히 둘러 강한 불로 가열한다.

기름 온도가 높아지면 연회색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팬 가장자리에서 기름이 물결무늬를 띄기도 한다. 이때가 고기를 올리기 충분한 온도로 가열된 상태. 고기를 올릴 때는 한쪽 가장자리부터 올리고 천천히 내려놓아서 뜨거운 기름이 갑자기 튀는 것에 주의한다.

고기를 올리자마자 집게나 스테인리스 뒤집개 등 도구로 고기 표면을 고르게 꾹꾹 눌러준다. 고기 표면을 지지듯 구울 때 '육즙이 가둬진다'는 통념은 환상에 가깝다. 빠질 육즙은 어차피 가열 과정에서 고기 표면으로 새어 나오기 마련. 집에서는 육즙이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눌러주면서 구워야 레스토랑에서처럼 대형 오븐을 이용해 2차 익힘을 하지 못하는 환경을 극복하고 잘 구울 수 있다.

처음 고기를 올리고 2분가량 지나면 뒤집는다. 또 2분이 지나면 다시 처음 상태로 뒤집고 불을 중간 불로 낮춘다.

이제부터 충분히 둘러두었던 기름을 숟가락으로 떠서 스테이크 표면에 끼얹는다. 요리 용어로는 베이스팅(Basting)이라고 부르는데, 뜨거운 기름을 표면에 끼얹어 줌으로써 불에서 먼 부분을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익히는 기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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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에 기름을 끼얹는 베이스팅 과정
[촬영 조성미, 제작 남궁선. 재판매 및 DB 금지]



3㎝ 두께 고기 기준으로 한 면에 30초씩 기름을 끼얹는데 표면당 2번씩 총 4번쯤 베이스팅 하면 미디엄 레어에 해당하는 굽기로 완성된다.

미디엄을 원한다면 3∼4회 베이스팅을 더 하고, 미디엄 웰던 이상은 횟수를 추가한다.

안심처럼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는 등심이나 척아이롤보다 쉽게 익기 때문에 1∼2회 적게 베이스팅한다.

가정마다 화력이 다르고 베이스팅 과정에서 쓰는 '중간 불'에 대한 개인별 인식차도 있어 딱 떨어지는 도식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각자 자주 구워보면서 경험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 식당에서는 오븐에 넣어 익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오븐을 갖춘 가정이 많지 않고, 간이형으로 많이 보급된 오븐 토스터로는 스테이크를 제대로 익히기엔 한계가 있어 베이스팅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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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위)와 미디엄 스테이크
[촬영 조성미, 재판매 및 DB 금지]



구운 고기를 철망에 올린다. 불필요한 기름과 핏물을 빼는 동시에 잔열로 고기 내부를 조금 더 익히면서 휴지기(Resting)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익힌 고기를 바로 썰면 내부에 남은 육즙이 흥건하게 흘러나오게 된다. 휴지기를 거쳐 안정된 온도와 압력에 도달해야 육즙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촉촉하게 먹을 수 있다.

곁들임 음식으로 적당한 크기로 자른 채소도 함께 굽는다. 고기를 구울 때 함께 굽는 것이 편하다. 따로 구우려고 하다보면 고기가 식어버릴 수 있다.

고기 휴지기에는 소스를 만든다.

시판 스테이크 소스를 뿌려 먹을 수도 있고 간단히 머스터드에 고기를 찍어 먹어도 좋긴 하다.

그러나 이왕에 스테이크를 구웠다면 정통 소스 만들기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고기를 굽고 팬에 남은 기름과 육즙의 혼합물이 소스의 소중한 바탕이 돼준다. 여기에 다진 양파를 넣고 볶다가 붉은 포도주를 넣어 수분이 거의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마지막에 버터 한조각을 넣어 녹이고 소금, 후추 등으로 간하면 스테이크 하우스 소스 못지않은 깊은 풍미를 가진 소스가 완성된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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