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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배민 수수료 사태가 남긴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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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배민)이 '울트라콜 깃발꽂기' 없애려고 수수료 개편했대요? 울트라콜(월정액제) 자체를 무력화시켜서 주문이 하나도 안들어 오는데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울트라콜 광고만 이용 중인 배민 입점업체 점주)

국내 배달앱 시장 후발주자였지만 소상공인과 함께하겠다며 '중개수수료 0원' 마케팅과 '토종앱',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라는 애국마케팅으로 시장 1위 업체가 된 배달의 민족(시장점유율 55%)이 지난 4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입점업주들에게 중개수수료를 걷기 시작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청원에도 등장하며 입점업주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배민은 10일 오후에야 "요금체계 변경을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원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투자를 해왔던 배민은 시장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상황이다. 게다가 배달앱 수수료 관련 논란과 독점 논란은 언제라도 다시 불붙을 수 있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논란의 정점은 주문건당 수수료 떼는 체계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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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률제인 '오픈리스트' 수수료는 5.8%+부가세 0.58%+외부 카드결제대행 수수료 3.3%으로 주문건당 총 9.68%가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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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정액제인 '울트라콜'(부가세 포함 월 8만8000원) 광고 위주로 운영했는데, 1일부터는 주문건당 수수료를 떼가는 정률제(건당 5.8%, 부가세 포함하면 6.38%) 광고인 '오픈서비스'로 공식 전환했었다. 여기에 소비자가 앱 내에서 바로결제를 하면 외부 카드결제대행 수수료 3.3%가 붙어 오픈서비스는 주문건당 10%에 육박하는 총 9.68%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셈이다.

수수료 체계 변경에 대해 배민 측은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업주들에게 울트라콜을 갯수 제한없이 판매해 이를 여러 개 산 업주는 그만큼 여러번 상호를 노출시킬 수 있었는데, 점주들은 이를 '깃발꽂기'라고 불렀다. 이와 관련 배민 측은 "일부 지역에선 월 1000만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 꽂는 업체가 등장할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한 배민 입점업주는 "이번 개편으로 배민이 깃발꽂기용 울트라콜은 업체별 3건씩만 판매한다고 했는데, 애초 깃발꽂기가 문제라고 인식했으면 업체당 1건만 팔면 되는 거 아니였냐"며 "깃발꽂기 핑계삼아 수수료 대폭 올릴 타이밍만 노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수수료 개편 논란에 지난 6일 김범준 대표는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사과성명을 냈지만, 7일 박태희 상무는 "입점업소 14만 곳 중 이미 10만 곳 이상이 오픈서비스를 신청해서 현재 주문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수료 개편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정한 개편안은 10일 오후에야 나왔다. 6일 “오픈서비스 개선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사과문은 김범준 대표명으로만 나왔지만 10일의 입장문은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입장문에서 김 의장과 김 대표는 “저희는 4월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기술적 역량을 총 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영업 준비 중에는 오픈리스트에서 가게 사라져…울트라콜 해지도 못해"

이번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 표면상으로 정액제와 정률제를 모두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주들은 사실상 배민이 울트라콜을 없앤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한다. 오픈리스트 신청업체 모두를 먼저 노출시킨 뒤에야 울트라콜을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주들이 "울며 생와사비 먹기다. 오픈리스트 신청을 안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항의하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울트라콜을 뺄 수도 없었다. 가게 오픈 시간이 아닐 경우 오픈리스트에서 가게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영업 준비 중인 시간대에도 울트라콜로 자리를 하나라도 확보해놔야 생존점을 찍을 수 있는 셈이었다.

오픈서비스와 울트라콜 모두 신청한 배민 입점업체 점주는 "배민 정산내역에 수수료 항목 보니까 한숨밖에 안나온다. 주문 10건 중 9건이 오픈리스트 주문이더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거의 모든 주문이 오픈서비스나 다름없으니 무조건 건당 10%에 가까운 수수료를 먼저 떼이고, 울트라콜은 배민 입장료처럼 내야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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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사장님 광장 내 수수료 변경 공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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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디테일은 결제 단계에서 한번 더 빛(?)났다. 업주가 울트라콜과 오픈서비스를 함께 가입한 경우, 손님이 오픈서비스와 울트라콜 영역에서 각각 주문한 메뉴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배민은 전체 결제금액에 오픈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한다. 고객이 울트라콜 찜한 가게로 재주문했을 경우에도 오픈리스트 등록 업체면 주문 건당으로 수수료를 책정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번 수수료 개편 관련,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가게(월 매출 평균 3000만원 수준)의 경우 기존 배민 정액제 사용시엔 매달 최대 30만원이 떼였지만, 바뀐 요금제는 최대 170만원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예전부터 우려됐던 수수료 인상…배민, 공정위 심사에 항복했나

배민의 수수료 개편에 대한 우려는 예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합병이 피자와 치킨 등의 요식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수수료 인상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며 "이번 기업결합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사업 분야에서 이뤄지는 만큼 공정위는 기업의 논리에 제한되지 말고 국민들의 편익 증대 관점에서 검토하고, 시장 독과점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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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은 배민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믿고 그 자신감으로 밀어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민은 작년말 국내 2~3위 배달앱 업체인 요기요(시장점유율 33%)와 배달통(10%)을 갖고 있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 사에 인수되면서 '게르만 민족'이 됐다. 당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M&A를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록도 남아있다.

이번 배민의 백기 항복(?)은 아무래도 요기요와의 합병 심사 도중이라는 부분이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은 아직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업결합 효과가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수료체계가 가맹점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배민이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임을 알지만 당장 배민 플랫폼에 생계가 달린 자영업자들이 대다수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여러 건 올라온 상태다.

한 청원인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 정책으로 거의 모든 가게들은 불가피하게 메뉴 가격을 인상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으며, 한 곳 한 곳 가격과 배달비를 올릴 것"이라며 "간접적으로는 수수료율 증가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되며, 직접적으로는 당장 배민에 내는 수수료가 2배 이상 증가한 자영업자들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로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을 개발해야한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공공앱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데에는 운영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는 난제부터 풀어야 한다.

군산시가 만든 공공배달앱의 경우 가맹점이 700곳인데 올해 운영비로 1억 8000만원, 내년도 운영비로는 5억원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만약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면 수백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민간영역 침해 문제와 외국 자본 유입시에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공배달앱을 정부에서 너무 강하게 개입을 하다 보면 민간영역을 침해하고, 스타트업들이 그 활기를 띠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또 외국 자본들이 들어올 때 ISDS라는 국제분쟁, 투자자 소송 부분도 좀 염려가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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