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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코로나에 ASML 장비도입 난항.. 삼성 '파운드리'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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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올 1분기 예상 매출액을 20% 가량 낮춰

코로나로 장비 반출 등에 어려움 겪어

TSMC와 파운드리 주도권 다툼 벌이는 삼성으로서는 악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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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장비 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로드맵에도 어느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전자에 보다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최근 올 1·4분기 예상 매출액을 24~25억 유로로 제시했다. 애초 예상 매출액 31~33억 유로 대비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ASML 측은 “반도체 장비 수요가 여전히 강하나 코로나19에 따른 각 국의 입국 제한 등으로 장비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출 전망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ASML의 EUV 장비는 1대당 1,500억원이 넘으며 장비 세팅을 위해서는 현지에 상주한 주재원 외에도 본사 인력 파견이 필수다. ASML의 미국 샌디에고 법인이 AMSL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DUV(Deep Ultraviolet)를 비롯해 신규 수익원인 EUV 관련 광원 개발과 제조 등을 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자리한 본사에서는 EUV 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네덜란드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이동 및 물류 유통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SML 장비 출하 지연에 따라 각 업체들도 로드맵 조정에 나섰다. 대만 TSMC는 3나노급 반도체 시험 생산 일정을 오는 6월에서 10월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TSMC는 이달 북미 기술심포지엄에서 3나노 기술 등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 등의 영향으로 해당 행사 또한 8월로 늦췄다. 삼성전자는 연내 5나노 기반 반도체 양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에 따른 장비 반입 등의 문제로 양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은 TSMC 보다 삼성전자에게 다소 아픈 상황이다. TSMC는 올 2·4분기 내에 5나노 기반의 공정을 바탕으로 애플, 퀄컴, 화웨이, AMD 등이 위탁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다. 아직 5나노 기반 제품 양산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삼성전자 대비 한걸음 앞선 모습이다.

서울경제


무엇보다 지난해 ASML의 전체 매출에서 TSMC를 필두로 한 대만 업체 비중이 51%로 EUV 장비를 싹쓸이 한 반면 한국 업체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외에도 1x 등 D램 공정에도 EUV 장비를 도입하고 있어 TSMC와 비교해 파운드리용 EUV 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자신하고 있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되레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직전분기 대비 1.4%포인트 늘어난 54.1%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1.9%포인트 하락한 15.9%를 기록했다. 향후 EUV 기반의 파운드리 점유율 경쟁은 삼성전자와 TSMC 간의 ‘2파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로드맵에서 앞서나가지 않으면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정에 EUV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지만 이후 미세공정에서는 TSMC와 차별화 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미세공정 경쟁에서 뒤쳐지면 애플, 퀄컴 등 IT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의 반도체 물량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TSMC 간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단 공정의 리더십 확보를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EUV 장비 수급 문제 발생시 ‘선단공정 리더십’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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