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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공격수' 정일영,'수비수' 민경욱,'미드필더' 이정미…3파전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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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예나 인턴 기자] [the300][300이 간다]인천 연수을


'온화한 공격수' 정일영…"막말 대신 막일로 시장민심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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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인 퇴출! 친박 아웃!"


이달 5일. 인천 연수구 곳곳에 '디스전'을 방불케 하는 구호의 플래카드가 보였다. 현역 의원을 저격한 이는 연수을에 정치 출사표를 던진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날 연수구 옥련시장에서 만난 그는 '반전 캐릭터'였다. 현역 공격수를 자처했던 그는 지역주민에게 더없이 푸근했다. 평소 아내와 장을 본다는 그는 반찬가게에서 "이 집이 김치맛이 좋다"고 말을 건네고, 건어물 상점에 들러선 "어려서 대천, 서천에서 이런 고기들을 많이 잡았다"고 회상했다.

정 후보의 돌파구는 막말이 아닌 막일. 이름과 구호가 담긴 피켓을 여느 후보처럼 손에 드는 대신 끈을 달아 지게처럼 멨다. 무거워도 양손을 자유롭게 쓰며 시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함이었다. 신인인 그를 몰라보는 이들을 위해 '본인'이라 적힌 목걸이도 직접 고안해냈다.

피켓에는 인천공항공사장 경력과 함께 "큰일하자 일영아" 등 '일'을 강조한 구호가 담겼다. 정 후보는 "상대 후보들은 정치를 많이 한 분들이지만 저는 국토부와 인천시, 여당·대통령과의 네트워크를 모두 갖췄다"며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든든한 여당의 힘센 후보"라고 강조했다.

시장 민심은 '열일'하는 그에게 화답했다. 호떡을 파는 상인은 "요즘 장사가 잘 안돼 아이들 미술학원을 끊게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후보가 자리를 뜨고 난 뒤 그는 "(정 후보가) 자주 들르시는데, 볼수록 알차신 분"이라고 말했다.

'여당 프리미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정 후보와 덕담을 나눈 한 상인은 "정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다른 상인들은 아무래도 후보보다 당을 봐서 보수를 지지하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송도동 주민 김씨(43)는 "정 후보는 민주당에서 내세운 사람일 뿐이라 정치는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


'공격형 수비' 민경욱…"저 아시죠? 죽다 살아난 민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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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 번 죽다 살아나안~ 민경욱~♬"



때아닌 노랫말에 웃음소리가 터졌다. 구사일생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을 '디스'한 이는 바로 그 자신. 민 의원의 '셀프디스'를 들은 주민은 응원한다며 웃음을 남기고 떠났다.

4년간 지역 터줏대감을 지낸 국회의원은 재선에서 여유로운 수비전략을 펴기 마련이다. 반면 '죽다 살아난' 민 의원은 다르다. 공천파동으로 고비를 넘긴 그는 방심하지 않는 '공격형 수비'를 펼친다.

이날 옥련시장 인근에서 만난 민 의원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아이돌도 울고 갈 '칼군무'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주민이 응원을 건네면 안무 도중 두 손을 올려 하트를 그리거나 "호우!"하고 쾌재를 불렀다. 시민들은 온몸을 흔드는 민 의원과 유세단을 재미난 듯 돌아보고 사진을 찍었다.

구사일생 스토리는 '까방권(까임방지권)'으로 활용했다. 25일 공천 확정을 받기 전까지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두 차례 탈락 위기에 처했던 그다. 민 의원은 "공천 배제·취소 사건을 겪으며 주민들 사이에 (저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로 형성된 안타까움을 역이용해 우호적 여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민심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올라도 정권 눈치만 보는 것보다 낫다"며 "(민 의원이) 송도에서 일을 잘해왔다"고 평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정제원(67) 씨도 "바른 말을 하다 말실수를 하긴 해도 정치인으로서 당당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민 의원의 '막말' 전적을 꺼리는 분위기다. 송도 해돋이공원에서 만난 박 씨(46)는 "물의를 빚어온 사람이 송도를 대변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송도가 발전한 것은 민 의원의 덕이 아니다"고 말했다.

옥련시장 앞에서 민 의원을 만난 20대 여성 2명은 "선거법 위반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지역 주민 뒤에서 침을 뱉었단 구설수에 올랐는데 사실이냐" 등 질문을 던져 후보측과 약 20분간 대치를 벌였다.


'미드필더' 이정미, 거대양당 눈돌린 '중간세대' 마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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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정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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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선거사무소 안이 말소리로 가득찼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선거사무소 방문의 날. 마스크를 낀 주민들은 이정미 의원과 티타임을 갖고 지역의 '숙제'를 털어놨다.

이날 이 의원은 4~5명씩 모인 테이블을 오가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응원도 있었지만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주문과 민원이 다수였다.

이 의원은 침착한 '미드필더'형 후보였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지지층 이탈을 막는 대신, 여러 세대에 걸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었다.

이날 방문객은 청년부터 노년 주민까지 다양했지만 3040세대가 가장 많았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소개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이들에게 이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일을 하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간세대는 꼼꼼한 정책 역량에 마음을 열었다. 모두가 내세우는 공약이라도 3년간 연수구에서 발로 뛰면서 직접 정책 집행에 나섰던 그에게선 진정성이 보였다는 평가다. 꾸준한 지역 활동으로 2년 전 학교가 부족한 연수구에 초·중학교 7곳을 신설하는 성과도 냈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소개한 여성 주민은 "정의당이면 소수 이야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교통문제 개선 등 지역 현안을 추진하고, 정치적 영향력도 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자녀 키우는 어머니들 사이에서 여성·아이들 문제를 짚는 이 의원의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거대 양당이 방치했던 교육·행정 인프라를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이 의원은 "송도가 주춤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거대양당이 번갈아가며 송도 자산을 인천시로 이관해갔기 때문"이라며 각종 인프라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숙원사업 해결 똑같이 외친 세 후보…'막판 변수가 승부 가른다'

인천 연수을은 옥련1동, 동춘1동, 동춘2동, 송도1동, 송도2동, 송도3동을 아우른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와 서민층이 많은 동춘동과 옥련동이 모두 포함됐다.

지역 현안은 구역별로 다르다. 송도는 지역 숙원인 GTX-B노선 조기착공과 광역버스 확충, 교육 인프라 확대 등을 요구한다. 옥련동·동춘동은 도시정비와 하수처리장 현대화 등 개발 사업이 주요 숙제다.

숙원사업이 풀리지 않으면서 후보들의 공약도 비슷한 대목이 많다. GTX-B노선 착공과 인천타워 건립, 교육특구 현실화 등이 대표적이다. 세 후보는 공약 실현의 방향과 필요 예산, 실현 가능성 등에서 차별점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단일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싸우고 막말하고 인위적으로 이기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예나 인턴 기자 yenakim4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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