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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실업급여 사상 첫 8000억…'고용대란' 뻔한데 대책 안보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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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실업급여 지급액 8083억원…역대 최대치

신규 지급자 50~60대 다수…제조·건설업 순

코로나19 돌발변수에 고용보험기금 적자 걱정

"위기 대응책 넘어선 '사각지대 해소' 제도 필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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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지난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월에 이미 실업 대란이 예고됐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에서야 부랴부랴 추가적인 실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예산의 한계와 법·제도 미비로 인해 고용 현장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8083억원을 기록했다.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8000억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달(6324억원)보다 28%나 증가했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즉 구직급여 7809억원, 조기재취업수당 258억원, 상병급여 1억원 등 실업자를 지원하는 각종 수당·급여 등을 합친 금액이다.


2월에 이미 고용 대란 시작…3월 '실업 쓰나미' 전망

2월에 신규로 실업급여를 받은 10만7000명을 분석해보니 최대 피해자는 중장년층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2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60대 이상(2만2000명), 40대(2만명), 30대(1만9000명), 20대(1만8000명) 순이었다. 실업 사유는 회사 불황 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사가 4만2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만5200명)보다 7100명 폭증했다. 계약만료, 공사종료에 따른 퇴사는 3만54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2600명 늘었다. 폐업, 도산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44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1200명 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1만8500명)이 가장 많았고, 건설업 1만6500명,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 1만2400명, 도·소매업 1만2000명, 숙박·음식점업 7500명 순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자금사정이 열악한 5인 미만 사업체에서 2만480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도 실업자가 1만3200명이나 발생했다. 사실상 2월부터 대량 실업이 속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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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통계는 전조에 불과하다. 다음 주에는 고용시장에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오는 13일에는 고용노동부에서 3월 실업급여 통계가, 17일에는 통계청에서 고용동향(경제활동인구조사)이 나온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15만~16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는 유급휴직·휴가를 실시한 사업장에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외에 뚜렷한 실업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실업 대책을 내놓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예산 문제도 있다. 실업급여와 각종 고용안정사업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코로나19라는 돌발상황을 예상치 못하고 일자리 창출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한 것이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1인당 3년간 최대 27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지난 2월에 1271억원이나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10% 늘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지원금도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한 325억원을 집행했다.


사각지대 지원책 필요…국민취업지원제 관련법 5월 처리 추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제도밖에 있는 계층에 대한 안전망은 더욱 미흡한 상태다. 정부는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올해 2771억원의 예산을 따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총선이 끝난 후 다음 달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에서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의지다. 21대 국회가 꾸려지면 기존 법안은 폐기될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 재배치 등으로 신속한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의 구직수당을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위한 고용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3월 고용지표 발표 전후로 추가적인 실업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소관 부처인 고용부는 9일에서야 처음으로 고용·노동분야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전대미문의 고용 대란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대책 발표 시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추가 대책은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고용 안정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이 줄어든 청년들의 취업 대책 등 여러가지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 중심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의 56%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에서 그치지 말고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의 상시적인 대응책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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