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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지나도 자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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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내 한 맥도날드 매장으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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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유통업계가 고육책으로 속속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들에겐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중에도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들에겐 감염 걱정 없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뒤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는 특히 식음료 브랜드와 호텔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인 ‘맥드라이브’는 올 1분기(1~3월)에만 이용 차량이 1,000만대를 넘었다. 특히 3월 한 달간 맥드라이브를 통해 발생한 맥도날드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30%나 증가했다. 고객 1명당 평균 구매액도 15%나 올랐다.

맥도날드 측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 등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주문부터 결제, 제품 수령까지 차 안에서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주문 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주문 역시 올 들어 두 달간(1~2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가 뛰었다.

국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는 맥도날드가 1992년 맥드라이브를 도입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드라이브 스루 이용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만큼 널리 확산하진 못했다.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상점들도 드문드문 있는 미국에선 드라이브 스루가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왔다. 대다수 지역이 도로도 상점 간 간격도 넓어 자동차가 드나들기에 무리가 없다는 점 역시 드라이브 스루에 적합한 환경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도로가 좁고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많다. 도심 지역이 아니어도 조금만 걸어 나가면 상점을 찾을 수 있어 드라이브 스루의 필요성이나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자유롭게 상점을 찾거나 사람들과 대면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차에 내리지 않아도 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예전엔 드라이브 스루에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비자들까지 한번쯤 이용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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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롯데호텔서울 본점 앞에서 직원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 음식이 담긴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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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나 음료 매장 중심으로 이뤄지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고급 외식 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

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는 전화나 홈페이지로 주문한 음식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가져가는 ‘시그니처 박스’ 서비스를 이달 말까지 선보인다. 미리 결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 호텔 1층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에 차량을 잠시 정차한 뒤 주문번호를 확인하면 음식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가운데 시그니처 박스 주문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외출이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 픽업해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식당 삼원가든도 지난달 27일부터 전화로 주문한 갈비와 식사 메뉴를 차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드라이빙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비대면(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비대면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이용 방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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