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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디지로그를 찾아서] ⑫ 엄마의 소나타,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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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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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카세트테이프 노랫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오가고는 했다. 엄마는 낡은 소나타를 몰고 어린 날 학교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카세트테이프 음악 리스트 1번은 항상 동방신기 2집 'tonight'이었다.

"내 가슴 안에서 그댄 마치 불덩어리처럼

하얗게 번져가고 있죠 모두 태워버려요"

"노래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알고는 부르는 거니?". 조수석에 앉아 주먹 쥐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초등학생 딸내미에게 엄마는 이렇게 묻곤 했다. 당연히 몰랐다. 나는 "그럼 다 알아"라고 대답했었던 것 같다. "그래?"라며 미소 짓던 엄마는 요즘 신형 소나타를 탈 때 종종 그때를 떠올린다고 하신다.

지지직거리는 후진 음질이 등하굣길 차 안을 가득 채운 그 느낌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카페에는 카세트테이프나 LP판을 1000~2000원만 내고 빌려 들을 수 있다. 지난 9일 한 친구와 그 가게를 찾아갔지만 가게 주인은 “카세트 기기가 고장이 났다”며 미안해했다. 그래도 카세트테이프들로 한 벽면을 장식한 카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한동안 머물렀다. 아이폰에 친구와 나의 에어팟을 동시 연결한 채 매끈한 음질로 'tonight'을 함께 들었다.

귀에 꽂고 있는 에어팟으로 듣는 음악도 언젠가 그때 그 카세트테이프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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