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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톡톡!금융]저축은행 금리, 어디는 내리고 어디는 올리고..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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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줬던 저축은행들이 속속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 위기로 업계 전반적으로는 금리 인하세를 보였지만, 대형 저축은행은 일부 정기예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오히려 올리면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197개의 평균 금리는 연 1.92%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초 2.62%에서 그해 6월 2.32%, 12월 2.18%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 초 1.99%로 내려가면서 2%선이 무너졌다. 이는 같은 조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최고 우대금리 기준) 연 1.30% 대비 약 0.6%포인트 차이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데일리

(사진=이데일리DB)


저축은행들은 통상 시중은행 대비 두세 배 가량 높은 예금 금리를 주며 경쟁력을 갖춰왔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1.25→0.75%)한데다 지역 경기 침체로 영업이 위축되면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신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대출 수요가 줄면서 ‘곳간’에 돈을 많이 쌓아둘 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수금이 고여 있으면 금융회사들에게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역 서민금융을 위한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강화 정책도 예대마진(대출 이자에서 예금 이자를 뺀 수익)을 맞추기 위한 예금 금리 인하 요인이 된다.

특히 만기가 긴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더욱 빠르게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는 ‘공식’도 깨진지 오래다.

이데일리가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판매 중인 210개 정기예금 상품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미 과반(58%)인 121개 상품의 12개월 만기 금리가 24·36개월 만기 금리와 같거나 오히려 높은 ‘역(易)금리’ 현상을 보였다. 금리 하락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로 장기간 묶여 있게 되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금리 수준에 맞춰 장기 금리를 하향 평준화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대형 저축은행들은 업계 전반적 분위기와 달리 최근 일부 정기예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최근 판매 중인 모든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3%포인트나 대폭 올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1.7%에서 2.0%까지 뛰었다. SBI저축은행의 통합 모바일뱅킹 앱(App) ‘사이다뱅크’를 통해 가입하면 연 0.1%포인트를 더해 연 최고 2.1%까지 받을 수 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OK안심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9%에서 2.1%로 0.2%포인트 인상했다. 또 이달 초 최고 연 2.0% 금리를 지급하는 ‘중도해지 OK 정기예금 369’를 1000억원 한도로 특판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대형사 애큐온저축은행은 ‘인터넷정기예금’ 연 2.15%, ‘모바일정기예금’ 연 2.2% 금리를 준다.

이러한 일부 금리 ‘역주행’ 현상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발행 시장이 경색된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담보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감수하고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에서 자금을 마련하는데, 최근 캐피털사들의 자금 조달 원천인 여전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대출 여력이 줄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기업금융을 취급하는 일부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등 경기 위축으로 금리 인하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는 역마진을 우려해 장기 정기예금 위주로 금리를 계속 내리는 분위기”라면서도 “일부 대형사들은 최근 중기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예금 금리를 올리며 수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강화되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 기준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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