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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이혼 하느니 단기 별거하세요" 코로나시대 日서 뜨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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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격리, 외출 자제 길어져 부부 갈등 불거져

'코로나이혼' '코로나파국' 용어 급속히 퍼져

"떨어져 머리 식히라"며 숙소 제공 업체도 등장

‘코로나이혼(コロナ離婚)이 증가하는 것 같아. 모두 스트레스 쌓이겠지만, 침착하고 냉정하게, 처음 만났던 때 기분이나 가장 많이 웃었던 날들을 생각해봐.’

터키에서 뛰고 있는 일본 유명 국가대표 축구선수 나가토모 유토가 지난 8일 자국의 상황을 걱정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팬들은 나가토모가 펼친 토론의 장에서 ‘코로나 정도로 이혼할 거면 그냥 이혼하는 게 맞다’거나 ‘코로나이혼의 원인은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등 의견을 개진했다. ‘코로나이혼’에 대한 찬반 여부와 별개로, 대다수가 이미 이 말에 익숙한 듯 보였다.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이혼’은 최근 일본에서 급격히 퍼지는 신조어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재택 근무’, ‘외출 자제’ 등을 요청하고 일부 지역엔 긴급사태까지 선언하면서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부부가 급증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빚는 부부도 늘고 있는 게 신조어 탄생의 이유다.

지난 3일 TBS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부부 싸움이 늘어 이혼을 생각한다’는 시청자 상담에 사회자가 “딱 좋지 않나. 힘들 때 생각이 어긋난 걸 알고 헤어진다면”이라고 말하고, 게스트도 “코로나를 계기로 ‘이런 사람이었구나’ 알았으면 이혼하면 된다”고 공감한 게 기사화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코로나이혼이란 말에 이어 코로나파국, 코로나별거, 코로나이별이란 말도 파생됐다. 지난 5일엔 5시간 동안 함께 술을 마시다가 아내를 때려 넘어뜨렸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58세 회사원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사건이 코로나갈등의 실사례로 언급된다. 남편은 “아내가 ‘코로나 때문에 (당신의) 출근이 줄어들고 월급도 줄었다’면서 욕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지난 5일 아내와 대화하다 "코로나 때문에 당신 월급이 줄었다"는 말에 화나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 회사원. /T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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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유행하자 곧바로 틈새시장이 등장했다. 도쿄도의 한 민박 스타트업체 업체는 코로나이혼을 막기 위한 갈등 방지용 숙박 프로그램을 최근 선보였다. 어차피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운 시국이니 코로나갈등을 빚는 배우자를 새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에게 먼저 부부 관계 상담을 해주고, “파국을 막으려면 머리를 식히면서 생각해 보라”며 ‘임시 별거’할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해 준다. 이용료는 1박에 4000엔(약 4만4000원), 한 달에 7만엔이다. 업체 대표 아라이 게이스케씨는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인터뷰에서 “3일부터 ‘코로나이혼’이란 말에 반응이 뜨거운 걸 보고 그날 밤 급히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4~5일 이틀 만에 20건 이상 문의를 받았고, 손님 중 절반 이상은 한 달짜리 숙박을 원했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에 있는 한 탐정 업체(흥신소)는 10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부부 스트레스를 줄이는 상담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최근 일거리가 줄어든 결혼중개업체는 속속 코로나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관계 상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각종 대중매체도 유명인이나 전문가를 앞세워 ‘코로나이혼’ 콘텐츠를 소비 중이다. 미야자키 겐스케 전 중의원(자민당)은 9일 잡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코로나이혼을 막기 위한 3가지 방법’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글에서 “가사를 도와줘라, 부부가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라, 사라져라(아내 혼자만의 시간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오카노 아츠코 일본가족문제상담 연맹 이사장은 프레지던트 인터넷판에서 “사회적 동요 사태가 발생하면 안정적인 관계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며 “커뮤니케이션을 귀찮아 한 결과 이혼에 이르고 후회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부부간 소통을 강조했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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