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모르는 사람이랑 동거하긴 좀…" 외면받은 청년주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머니투데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입주 절차를 밟고 있는 충정로, 서교동, 숭인동 단지가 모두 미달됐다. 청년들의 주거 선호도와 니즈 파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교동 청년주택, 셰어형 미달

1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2차 공급 물량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효성해링턴타워 역세권 청년주택' 일부 가구가 미달로 남았다. 지하철 2·6호선이 지나는 합정역 역세권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최근 주택 공개 행사를 열고 입주 전 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미계약분이 발생한 주택형은 전용 37㎡ 셰어형이다. 침실 2곳과 주방으로 구성된 평면이다. 입주자 2명이 합쳐 보증금 1억2500만원과 월 임대료 73만원을 내고 거주하는 식이다. 모르는 사람과 주거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이 주택형은 앞서 청약에서도 전용 17㎡ 원룸형에 비해 인기가 낮았다.

한 청년 수요자는 "모르는 사람끼리 무작위 추첨으로 같이 살게 된다는 게 어떤 면에선 문화충격"이라며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면 좋겠지만 위험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간사업자도 셰어형에 한해 계약 후에도 입주를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늘 것으로 보고 가계약과 본계약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2인이 부담해야 할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혼자 부담하는 조건으로 1인 입주자도 모집 중이다.


숭인동·충정로 청년주택도 외면

역세권 청년주택 3차 물량인 종로구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과한 옵션비로 논란을 빚으며 공급가구 90% 가량이 미달로 남았다. 종로 베니키아호텔을 청년주택으로 리모델링한 이 단지는 최근 진행한 계약에서 207가구 중 18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당첨자들은 청소비, 식대, 가구비, 인터넷 사용료, 헬스장 사용료 등 옵션비로 약 28만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점을 문제로 들며 계약을 포기했다.

한 당첨자는 "카펫 개인청소가 불가능하다며 청소비를 따로 받고 필요도 없는 침대 2개와 탁자를 두고 가구비를 받더라"며 "월 임대료 32만원을 선택해도 월 60만원이 나가는데 기본 관리비와 전기가스는 또 별도로 나온다더라"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청약 당첨자 대부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민간사업자 측은 식사비, 청소비를 옵션비에서 제외하고 가구 렌탈비를 선택사항으로 조정해 재계약을 진행할한다는 계획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1차 물량인 '충정로 어바니엘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정당계약 기간 중 민간임대 450가구 가운데 300가구 이상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생활 필수 가전인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이 설치돼있지 않아 당첨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오피스텔 규모에 맞춰 가전을 구입한다 해도 퇴거 시 처리가 곤란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도 문제를 인정하고 이후 사업장부터는 생활가전을 옵션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머니투데이

서교동 해링턴타워 청년주택 조감도




청년 니즈 이해 부족…본래 취지 살려야

역세권 청년주택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1~3차 물량 대부분이 외면 받으면서 애초에 특수 계층인 청년수요자의 니즈 파악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면 과연 본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수요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공급하고 '복지'라 하는 정부 정책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끝내 청년 주거난 해소라는 기본 취지가 흐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재계약 후에도 미계약분이 남을 경우 입주조건이 대폭 완화되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미계약분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으며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가 아닌 수요자에게도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