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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文대통령 ‘끝 보라’는 코로나19 백신, 각국도 사활…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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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인류의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인류를 구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줄더라도 치료제·백신 없이는 잠재한 감염 폭발 위험 때문에 종식을 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文 “모범방역국인 우리가 치료제·백신 개발 앞서야”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산·학·연·병) 관계자들과 합동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치료제·백신 개발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끝을 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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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코로가19가 창궐하다시피 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개발 노력이나 비용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치료 약이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구매해 노력, 비용을 100% 보상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배석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의경 식품의약안전처장 등에게 “행정지원도, 돈도 아끼지 말라”며 “과기부와 복지부만의 힘으로 부족하면 기획재정부를 끌어들여서라도 끝을 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원을 투자하고 추경에 반영한 치료제 개발 R&D(연구·개발) 투자와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치료제와 백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절실하게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가 방역에 있어 모범국가가 됐듯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앞서가는 나라가 돼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위축된 우리 경제에도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文, 빌게이츠와 통화…백신 개발 협력 확대

다음날인 10일 문 대통령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의 통화를 통해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게이츠 이사장의 제안에 따라 양측이 오전 10시부터 25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감염병이 취약한 나라에 대한 지원과 백신 등 개발을 위해 협력을 확대해나가자”고 말했고, 빌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해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다”며 “개도국에 진단키트를 지원해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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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이사장이 이끄는 재단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설립 파트너로 연 3억 달러 이상, 전체 41억 달러를 기여했고, 3년 전 설립된 감염병혁신연합에도 1억 달러를 공여할 계획이다. 특히 게이츠 재단은 우리 정부와 함께 ‘라이트펀드(Right Fund)’에 공동출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우리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국내 생명과학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재단으로, 총 500억의 기금 가운데 우리 정부가 250억원, 게이츠 재단이 125억원 기여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총력전 펴는 美·유럽

코로나19가 미국 등 전 세계에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백신 개발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떠올랐고, 각국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계절성 발병 특징으로 인해 당장 잠잠해져도 가을이면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대형 제약기업 50여개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 가운데 270억 달러를 백신 개발과 중요 물자 개발, 구매, 유통 등 생명구조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배정했다. 국가적 지원 속에 미국 바이오기업 모데나,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 등은 백신 개발에 빠른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큐어백은 지난달 17일 EU로부터 8000만 유로(약 1067억원)를 지원받아 DNA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 역시 5000만 유로(약 667억원)를 지원받는 등 백신 개발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美언론 “12~18개월 내 백신 개발 가능성 낮아”

하지만 백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임상시험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백신 등의 단기간 내 시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제약업체 대표들과 회의에서 “백신이 3~4개월 안에 준비될 것”이라며 “11월 대선 전에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연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1일 CNN은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2~18개월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의학·제약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바이오기업인 모데나는 63일 만에 백신을 개발해 지난달 16일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성인 남성 45명의 혈관에 주입하는 임상1상을 진행했고, 이 회사는 12~18개월 후 백신 물질을 찾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데나가 개발 착수 2개월 만에 임상1상에 들어간 것은 공적 조직인 미국국립보건원(NIH)과 공동 개발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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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더 센터 포 파마슈티컬 리서치’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한 임상 시험 참가자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주사로 투여받고 있다. 캔자스시티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며 “(백신 개발은) 12~18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CNN은 전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즈 교수는 “파우치 소장 얘기는 낙관적 예측이며 엄청난 천운이 따른다면 모를까, 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임상 참가자의 면역 반응 등 추적 관찰기간인 최소 1년을 포함해 백신 개발에 통상 8~10년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네이처 리뷰스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개의 신약개발에 평균적으로 14년이 걸리고, 비용은 약 17억8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백신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수년 내 시판은 어렵다는 것이 의학계 전망이다.

◆국내 환자 2명 살린 ‘혈장치료’, 대안으로 떠올라

이 가운데 코로나19에서 완치한 사람의 혈액에서 뽑은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인 ‘혈장치료’가 당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상태가 위중했던 남성 환자(71)와 여성 환자(67)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투입하는 치료를 한 결과 2명 모두 완치한 국내 사례가 대한의학회지 최신호 사례보고서(Case Report)에 게재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9일 “혈장 채혈을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 임상지침은 전문가(중앙임상위원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안전성 등과 관련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완치자 혈장 사용’ 관련 지침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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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뉴스1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현재 완치자로부터 추출한 혈장과 고도면역 글로불린 등을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해 관찰하는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FDA는 코로나19 환자의 혈액 관련 치료법을 가급적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세인트조지프병원에서는 지난 1일 환자에게 기증자로부터 뽑은 혈장을 투여했고 효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도 혈장 투여를 시행하고 있지만, 질병 악화와 알레르기 등 부작용 위험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 효과를 과신하기 어렵다는 의료계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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