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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원희복의 인물탐구]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표 장훈 "세월호 능멸 처벌법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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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추모의 달’은 6월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잔인한 달’로 통하던 4월이 추모의 달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때문일 것이다. 경기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나 진도 앞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모두 304명이 사망·실종된 세월호 참사는 잔인한 4월의 극치였다. 경기도는 4월 한 달을 추모의 달로 정해 본청과 모든 사업소에 노란색 세월호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 사건 이후 6년이 흘렀다. 눈앞에서 아이들의 죽음을 바라본 국민은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증거조작, 그리고 ‘사라진 7시간’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고, 이는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진실규명을 공약한 정부가 새로 들어섰지만 유족들은 올 4월 16일에도 노란 리본을 달고 광화문광장에 서 있을 것이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장훈 대표(50)는 아직 ‘진실’과 ‘분노’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 4월 6일 장훈 대표를 만났다.

경향신문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장 장훈씨가 6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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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

-세월호 6주기다. 4월 18일까지 추도기간으로 정했는데 어떤 행사가 진행되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4월 12일 사고해역인 진도 앞 동거차도에 가는 행사가 있고, 15일 서울에서 차량 615대가 참가하는 노란 차량 행진이 벌어진다. 노란 차량 행진의 한 팀은 안산에서 여의도 국회 앞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다른 한 팀은 안산에서 서초동 검찰청을 거쳐 광화문광장에 합류한다. 16일 본 추도식은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으로 가질 것이다. 예년에는 문화제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축소했고, 추도식도 가족 위주 몇 사람만 참석할 예정이다.”

-노란 차량 행진이 국회와 검찰을 거친다는 것은 국회와 검찰에 대한 항의 표시 아닌가.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검찰특수단)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기소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수사에 항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검찰특수단의 11명 기소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초 우리는 침몰 원인에서 구조 방기, 증거조작, 유족 폄훼까지 모두 87명을 고소·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은 구조하지 않은 부문인 해경 수뇌부 11명만 기소했다. 세월호 참사 수사에 개입해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능멸한 정치인들은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총선 때문인 것 같다.”

-유족들이 87명을 고소·고발했는데 검찰은 그동안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11명을 기소했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과잉수사로 비난을 받으니까 검찰특수단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못해 11명을 기소한 것이다. 검찰을 방문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항의인가. 검찰특수단이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보는가.

“맞다. 우리 유족들도 윤석열 검찰의 그런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검찰특수단의 수사로 밝히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침몰한 것을 밝혀내려면 당시 선원의 진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원들은 일률적으로 ‘기계적 결함’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기계적 결함은 전문적 분야라 검찰이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를 너무 늦게 인양해 증거가 사라졌다.”

-그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사참위)가 지금 가동 중이지 않은가. 사참위에서는 진실규명에 성과가 있는가.

“코로나19 때문에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모의실험이 필요한데 외국에 나가서 하는 것은 막혔고, 국내 실험만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은 민감한 부문이다. 사참위 이전에 조사했던 선체조사위에서도 침몰의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을 놓고 의견충돌이 심했다. 선체조사위는 외부요인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명시했다.”

-선체를 인양해 외부흔적을 모두 조사했는데도 잠수함 충돌설·고의침몰설 등 외부요인설이 유효하다고 보는가. 사참위에서도 선박 전문가나 과학자 대부분 침몰의 외부요인을 부정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도 음모론과 같은 외부요인설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 유족들이 전문가가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조사위원 모두가 침몰 원인에서 외부요인을 삭제하면 우리 유족들이 편하다. 전문가들이 침몰은 내부요인이 가장 높고, 외부요인이 없음을 유족들에게 설득시키면 된다. 그런데 그런 설득이 없다.”

“외부요인 없음을 유족들에게 설득해야”

-국정조사는 물론 검찰수사와 오랜 재판, 감사원 감사와 세월호특조위, 선체조사위 등에서 선박 전문가·과학자는 대부분 ‘외부요인은 없다’고 일관되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일부 비전문가들이 계속 외부요인설을 주장하는 것은 유족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 유족들 때문이 아니다. 전문가의 80%는 세월호 침몰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 나머지 20% 전문가들이 ‘이게 맞다’고 해주면 가족들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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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장훈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3월 19일 광화문광장에서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시민 21대 총선 행동계획 발표 및 공천반대 후보 1차 명단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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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대표를 만나 억울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괜히 진실논쟁이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잠수함 침몰설에서 고의침몰설까지 갖가지 억측이 난무했다. 선박·과학자 대부분 배의 결함에 의한 침몰로 고의침몰 요인은 없다는 것에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이 여전히 비과학적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선체조사위에서 이 문제로 싸웠고, 현재 사참위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배경에는 바로 유족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대표를 만나보니 외부요인설에 매달리지 않는 분위기다. 장훈 대표도 “유족들은 구조 태만과 증거조작, 기무사의 불법사찰,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 태만으로 처벌된 사람은 처음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배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나오라’고 하지 않은 123정장이 유일하다. 123정장의 죄목은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됐고, 7년을 구형받고 항소심에서 3년이 확정됐다. 123정장 사례는 공무원이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받은 첫 사례이긴 하다.

이번 검찰특수단은 전 해경청장 등 11명을 바로 123정장 공동정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업무상과실치사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내년이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처벌도 불가능하다. 올해 연말이 시한인 사참위가 진실을 규명하고, 해경관계자를 처벌하려면 공소시효가 빠듯하다. 그래서 장 대표는 “죽을지 뻔히 알면서 그대로 놔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조하지 못한 공무원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세월호 관련 TF를 만들어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를 한 기무사 영관급 장교 2명에게 징역 1년~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기무사는 세월호 유족들의 학력과 정당 가입 여부, 정치성향까지 조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직무 권한을 넘어 부하들에게 세월호 유족들 동향을 파악하게 했고, 이들의 지위와 역할, 범행 전반의 지배력을 고려하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미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육군 소장)도 실형이 선고됐다.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세월호 문건에는 ‘세월호 피해자 대책위가 종북세력’이라고 돼 있다. 이에 장 대표는 “우리가 김일성·김정일 만세라도 불렀나, 우리가 왜 종북세력인가”라며 “사건 초기 우리를 도와주는 시민·사회단체 중에는 진보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농수산물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던 사람으로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진보단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는 “세월호 유족들 중에서 박근혜에게 투표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면서 “그런 사람들 나중에 자기 손목을 끊고 싶다고 절규했다”고 전했다.

“사참위 기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음모론 등 침몰 원인보다 증거조작과 보안사 용공 조작, 세월호특조위 조사 방해, 궁극적으로 박근혜의 7시간 규명에 전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피해자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을 혐오하고 능멸을 방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이번 4·15총선 출마자들에게 ‘대통령 7시간 기록물’ 공개 서명을 받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봉인된 문서도 국회의원 3분의 2가 서명하면 풀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숨진 학생들이 바라는 것 아닐까. 국회에 요구하는 사안은 법과 제도개선은 뭐가 있나.

“기존 피해자지원법의 유효 기간이 짧다. 피해자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가 2024년이면 끝난다. 부모세대는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형제나 특히 그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는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또 2차 피해자인 민간잠수사와 진도 어민의 피해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가동 중인 사참위가 올 12월이면 끝난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종합보고서가 나오기 쉽지 않아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4·16생명안전공원 건설을 비롯한 추모·기억 공간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 유족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나.

“안산 화랑유원지 안에 추모비·기념관·공원 등을 갖춘 추모시설(2만3000㎡)이 들어선다. 문화·편의시설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원이다. 예산 495억원도 확보했고, 현재 설계 공모절차가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해 1년 정도 공사해 2022년 완공할 예정이다. 그 부분은 잘 진행되고 있다. 유족들 의견도 잘 반영됐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기 어려운 아들 얘기를 꺼냈다. 2학년 8반 장준형 군이 살아 있었으면 지금쯤 군대를 갔다온 청년이 됐을 것이다. 장 대표는 “준형이는 어머니 없는 한부모 가정의 3남1녀 장남이었다”면서 “동생을 챙기며 친구 사이에서도 책임감과 의협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들 준형이는 가톨릭대에 진학해 신부가 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사귀어야 하기 때문에 신부 대신 가톨릭대 간호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그는 아들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에 대해 전부 다 알고, 책임을 지우고 싶다. 왜 학생을 구하지 않았는지, 왜 진실을 감추려 했는지, 왜 세월호 죽음을 모독했는지 따지는 것이다. 돈 때문에? 지금 이러는 것 우리 돈 써 가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오해 좀 하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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