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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교황 "어두운 시간 굴복 말자"…사상 초유 '부활절 온라인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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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4월 12일)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예배가 열렸다. 특히 감염자가 많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및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바티칸, 부활절 전야 '온라인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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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1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이날 미사는 20여명의 필요 인원만 참석한 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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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부활절 전야 미사가 진행됐다. 부활절 전야 미사에는 통상 1만명 가까이 참석해왔지만 이날은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집전을 돕는 복사 몇 명과 작은 규모의 합창단 등 2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미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에 굴복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로 느끼는 공포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다음 날 제자들이 겪었던 두려움에 비유했다.

교황은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고통의 드라마, 예상치 못한 비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며 "죽음이 그들의 마음을 짓눌렀고, 모든 것을 다시 세워야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 제자들에게도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공포에 굴복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671년 만에 예루살렘 '성묘' 부활절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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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671년만에 부활절에 문을 닫은 예루살렘 성묘교회 앞에서 지난 10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기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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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서는 그리스도가 부활 때까지 누워있었다는 성묘(Holy Sepulcher)가 부활절에도 폐쇄됐다. 부활절에 성묘가 대중에게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지난 1349년 흑사병 사태 이후 671년 만이라고 팔레스타인 크로니클은 전했다.

성묘는 본래 성금요일(Good Friday·부활절 전의 금요일)이면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성지중의 성지였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정부의 모임 금지 및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폐쇄가 결정됐고, 부활절까지 이어졌다. 성묘교회에서도 일부 성직자들만 모여 부활절 전야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드라이브 스루' 부활절 계란 나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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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마운틴릿지 공원 드라이브 스루에서 부활절 계란을 건네받은 한 소녀가 손을 흔들어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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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확진국이 된 미국 곳곳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부활절 행사가 진행됐다. 라스베이거스 시의원인 미셸 피오르는 지역구 내 마운틴릿지 공원에 인근 가족들을 초대해 '드라이브 스루' 부활절 계란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11일 오전 9시에 시작된 이 행사에는 수백 대의 차량이 참석해 피오르 의원이 나눠주는 계란과 그림책을 받아갔다. 피오르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부활절을 기념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2000개의 부활절 계란을 준비했는데 모두 나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부활절 대체 행사가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영국 여왕 "코로나는 우리를 패배시키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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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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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공회의 상징적인 수장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93) 여왕은 이날 부활절 전야 메시지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부활절은 취소된 것이 아니다.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부활절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떨어져 있음으로써 서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이들에게 올해 부활절은 매우 남다를 것"이라면서도 "신종 코로나는 우리를 패배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이 메시지가 남편 필립공(98)과 함께 여왕이 머물고 있는 윈저성에서 사전 녹음됐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여왕이 화이트 드로잉 룸에서 메시지를 읽고, 옆방에 있던 사운드 엔지니어가 이를 녹음했다고 전했다.



◇伊 확진자 다시 4000명대…대통령 "혼자 부활절 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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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그는 11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나는 혼자 부활절을 기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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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최대 확진국인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4000명대로 늘어났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15만2271명으로, 이는 전날보다 4694명 증가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날 하루 619명의 사망자가 발생, 사망자는 지난 6일 이후 가장 많았다. 전날 사망자는 570명이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1일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대국민 메시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계속해서 따라줄 것을 이탈리아 국민에 호소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나는 봉쇄령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탈리아인처럼 혼자서 부활절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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