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살만 왕자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국가들의 가상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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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 간 원유 감산 합의에서 멕시코가 뜻밖의 변수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가 하루 원유 감산량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감산 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앞서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과 10개 비OPEC 산유국 협의체)는 지난 9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일일 1000만 배럴 감산에 잠정 합의하는 등 사흘간 원유 감산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타결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루 40만 배럴(하루 생산량의 40%) 감산을 요구받은 멕시코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루 10만 배럴 이상 감산은 힘들다며 동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시오 날레 멕시코 에너지 장관은 이후 현지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각국 정부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이 같은 태도는 산유국 이익보다 국내 안건을 우선시하려는 정치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현재 생산시설 노후화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 당시 '페멕스 회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하루 170만 배럴가량 수준인 생산량을 2024년까지 25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멕시코가 하루 4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면 페멕스 회생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 대통령의 국가주의적 시각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는 전 세계 석유 생산국 공통의 이익보다 국내 이슈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가 유가 급락을 방어할수 있는 헤지거래, 즉 보험(안전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미국과 주요 산유국의 압박에 버티는 무기가 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20년 동안 원유와 관련해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을 사들였는데, 이를 통해 유가가 급락해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원유를 팔 수 있다. 유가 폭락 상황에서도 멕시코가 다른 국가들보다 여유가 있는 이유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보험은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것"이라며 "멕시코 정부 재정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거부로 최종 합의가 결렬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의 감산 할당량을 대신 떠안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멕시코가 하루 10만 배럴을 감산하면 미국이 25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며 "이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미래의 멕시코는 미국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에도 최종 합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우디는 멕시코 스스로 더 감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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