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관리원, 업주·차주 97명 적발 / 신고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눈먼 돈’ / 주유소 업주·화물차주 짜고 비리 저질러 / 비대상 차량 주유·허위결제 등 / 수법 다양 주유협회선 “단속 지양해달라” 적반하장 / 업계 “수요 비해 너무 많은 주유소가 문제 / 8000개 정도가 적정… 현재 1만1502곳 달해”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
12일 한국석유관리원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3억원 상당의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받아온 화물차주와 주유소 업주 9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경기 여주, 평택지역에 위치한 2개 주유소에서 개인 승용차에 기름과 연료첨가제 등을 넣고 이를 화물차 유류구매카드로 결제했다. 또 주유 때마다 결제하지 않고 외상 주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가보조금 약 3억원을 수령했다. 경찰은 이들을 사기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위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악용한 화물차 유가보조금 제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차주에게 유류세 일부를 환급해 도움을 주는 제도다. 2018년 기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정부에 신고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유가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비집는 일부 주유소 업주와 화물차주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석유관리원의 부정유가보조금 합동 점검 결과를 보면,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은 지난해 상반기 116건에서 하반기 1035건으로 8.9배 급증했다. 유가보조금 지급대상이 아닌 차량에 주유하고 유가보조금을 수령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허위결제로 주유량을 부풀려 보조금을 타내는 경우가 뒤를 이었다.
부정수급이 증가하는데도 코로나19를 핑계로 단속을 ‘지양’해달라는 주유소 업계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지난달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코로나19 피해 및 석유유통업계 위기대응 건의사항이라며 정부에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에 대한 과도한 단속을 지양하고 부득이 필요한 경우에만 점검하라”고 건의했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을 악용하는 화물차주와 주유소 업주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석유시장 내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유소 과다공급이라는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부정수급 단속만 문제 삼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에서 8000개 정도가 적정이라는 주유소는 현재 1만1502곳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탓에 국민이 장거리 이동 등을 꺼리면서 전반적인 석유 수요도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백한 수요 감소에도 공급을 줄이지 못하는 과당경쟁이 빚어지고 있고, 실제 국제유가 연동분이 주유소에 반영이 안 되는 결과로 나타나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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