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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팩트체크] 'n번방 피해자에 정부가 5천만원씩 지급'은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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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 지원하는 것…추후 가해자에게 상환 요구"

헌법 근거한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이미 존재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피해자들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고 매월 50만원과 학자금까지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이달 3일 한 청원인 A씨가 "n번방 피해자에 대한 5천만원 지원을 철회해달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이 글에는 12일 오후까지 4천여명이 동의했다.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다른 청원 2건에 참여한 이들을 더하면 당일 오후까지 참여자는 1만3천여명 수준이다.

청원인 A씨는 "보상은 가해자가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세금을 지원한다면 그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대전에서 10대 아이들이 (무면허로 훔친 승용차를 몰다가 낸)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청년도 나라에서 지원해 줄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다른 청원인 B씨는 "n번방 피해자들은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다"라며 자칫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을 폈다. '스폰 알바' 등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려다 범죄에 당한 피해자에게 세금을 지원한다면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두 청원 글을 읽으면 마치 n번방 사건 피해자 모두가 여느 범죄 피해자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5천만원씩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일부 유튜버는 "뭘 잘한 인간들이라고 정부에서 5천만원씩이나 지원을 받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성착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PG)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13일 검찰 설명에 따르면 이들의 주장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사실과 다르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이뤄진 성 착취 피해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이달 2일 박사방 피해자들에게 개명 등을 위한 법률지원과 함께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맞다.

이는 신체적 상해에 대한 치료비를 연간 1천500만원까지 총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생계가 곤란하면 월 50만원의 생계비를 최장 6개월간 지원한다는 등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정부가 박사방 피해자들에게 각각 5천만원을 준다'는 식의 오해가 퍼졌다. 한 인터넷 뉴스사이트는 '5천+월 50까지…박사방 피해자들, 나라에서 역대급 지원받는다'라는 제목으로 오해 확산을 부추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도 내에서 실제 들어간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뜻이지 5천만원을 주는 게 아니다"라며 "치료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해주고 나중에 가해자에게 구상(상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지원 부분은 일반적인 범죄 피해자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헌법 제30조는 '타인의 범죄 행위로 생명·신체에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범죄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경제적·정신적·법률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를 뒀다.

청원인 A씨가 언급한 교통사고 피해자 역시 가해자 등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손해배상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보상을 근거 없이 부풀려 피해자에 대한 비난여론을 유도하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텔레그램 성 착취는 정신적 피해가 주요한 사건이라 신체적 상해 치료비로 5천만원을 지원받을 일이 사실 거의 없다"며 "그런데도 '최대 5천만원 지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많이 나갔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n번방 피해자는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은 전형적인 2차 가해"라며 "성폭력 피해자가 사회적 자원을 쓸 만한 '순결한'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강간 문화"라고 말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프레임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늘 반복되는 공격"이라며 "피해자의 순수성을 따질 게 아니라 피해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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