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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트럼프 중재에 석유전쟁 끝났지만…유가 회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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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OPEC+, 하루 970만배럴 감산

"트럼프 대통령 중재한 역사적인 합의"

셰일업계 연쇄 부도 우려 한숨 돌릴듯

코로나發 원유수요 급감…시장 시큰둥

유가 여전히 20~30달러 '제자리걸음'

이데일리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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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국제유가를 짓눌렀던 ‘유가전쟁’이 일단락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가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에 합의하면서다. 배럴당 20달러를 밑도는 유가 폭락에 신음했던 미국 셰일가스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다만 이번 결정을 통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반등해 미국 셰일가스업체들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수요가 워낙 급감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추가 감산이 없는 한 예년 수준의 유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중재한 역사적인 감산 합의”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과 OPEC+는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오는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OPEC+의 감산 합의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로써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의 중심인 러시아간 증산 치킨게임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지난달 두 나라의 갑작스러운 신경전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번달 초 배럴당 20달러 안팎까지 폭락했다. 두 원유의 가격은 연초만 해도 각각 60달러대였다.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다. 애초 OPEC+는 지난 9일 회의에서 하루 1000만배럴 감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40만배럴 감산을 할당 받은 멕시코가 “10만배럴 이상 감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최종 합의는 다소 늦어졌다.

이날 확정한 감산량이 97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멕시코의 반발에 사우디가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석유장관은 회의 직후 “OPEC+가 멕시코의 요구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OPEC+는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 감산 이후인 올해 6월부터 6개월간(6~12월) 일 800만배럴, 내년 1월~4월 4개월동안 일 600만배럴로 그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치킨게임을 벌이던 두 나라를 한 자리로 불러모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다.

셰일가스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로 알려져 있다. 셰일 채굴 비용이 유가보다 비싸진 데다 코로나19로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미국 셰일가스업계는 연쇄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또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을 뇌관이다. 올해 11월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 악재 중 하나다. 게다가 에너지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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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브리핑이 진행되는 도중 코로나19로 해외에서 발이 묶인 미국인을 특별기를 통해 본국으로 귀환시킨 현황판을 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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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원유 급감…시장은 미적지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 직후 “OPEC+가 통크게 합의했다”고 환영하며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에게 감사하고 축하한다”며 “대단한 합의였다고 방금 그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원자재 본부장은 “전례없는 타이밍에 나온 전례없는 감산”이라며 “사우디와 러시아를 중재하는데 미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보다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 우려가 너무 큰 탓이다. 13일 오후 3시40분(한국시간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32.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달 초 형성했던 가격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WTI는 23.48달러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3000만배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1000만배럴 감산으로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가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의 크리스 미즐리 연구원은 “OPEC이 (감산에)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유가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규모이긴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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