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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산유국들 사상 최대 감산 합의…유가전쟁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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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970만 배럴 감산 효과는

코로나발 수요 감소의 반도 안돼

7월까진 소비회복 가능성도 암울

회의적 전망에 국제유가 무덤덤

국내 정유사 1분기 3조 적자될 듯

중앙일보

국내 4대 정유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석유제품 판매가 급감하면서 1분기 실적이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된다. 사진은 전국 주유소 휘발윳값이 11주째 하락한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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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 회원국이 5~6월 두 달 동안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전체 원유 생산량의 10% 넘는 규모로, 단일 회의에서 나온 감축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하지만 이런 ‘낭보’에도 시장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감산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원유 수요 감소분(하루 2000만~3000만 배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브라질 등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도 유가 반등엔 부정적이다.

이런 우려에 국제유가도 무덤덤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간) 오전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0.52달러(1.7%) 내린 30.9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텍사스산 원유 가격 역시 0.12달러(0.5%) 하락한 22.6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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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1분기 영업이익 전망.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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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의 표정도 어둡다. 4대 정유사 중 한 기업의 관계자는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재고자산 손실은 줄어들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항공유 등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없으니 2분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적자가 2조원에서 1조원으로 줄어든다고 좋아할 순 없다”며 2분기에도 적자를 기정사실로 했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은 정제 마진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것으로 통상 배럴당 4달러가 넘어야 정유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하지만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 이후 지금까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3가지 요인이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첫째, 오는 6월 추가 감산 여부다. OPEC은 2001년 닷컴버블붕괴, 2006년 아시아 경기둔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미국 셰일 증산 충격 등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에 나서면서 모두 첫 감산 2개월 뒤 2차 감산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6월쯤 추가 감산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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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WTI) 일별 추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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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과거 4차례의 감산 1년 뒤 유가는 늘 결정 당시보다 올랐다. 2001년 감산 이후 오르던 유가가 미국 9·11 테러로 다시 떨어진 게 유일한 예외였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수준이 이미 2001년보다 낮고, 미국이 자발적이든 가격 때문이든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예상보다 빠르게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역시 수요다. 정유업계는 오는 7월까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통상 서둘러 마치려고 하는 공장 정기보수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고 할 정도다. 정유사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오는 4월 말부터 ‘공포의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 1분기에만 각각 영업적자 1조404억원과 5368억원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이후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 평균값이다. GS칼텍스는 영업적자 5841억원(NH투자증권),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적자 4782억원(대신증권)의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적자 규모는 훨씬 클 것 같다. SK이노베이션은 1조3000억원 이상, 에쓰오일도 8000억원 이상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무려 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소아·조현숙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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