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축구장 '골네트'에 숨겨진 과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축구 선수가 슈팅한 골이 시원하게 골네트를 가릅니다. 골네트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그물(net)'이 있습니다. 끈으로 얽어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고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 존재 가치가 평가절하된 도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스포츠 경기장입니다. 축구 경기장의 골네트가 있고, 농구장의 골네트, 배구와 테니스에 사용되는 네트, 그리고 야구장에서 관중의 안전을 위해 내야에 치는 그물, 바다에서 고기잡이에 사용하는 그물 등 수많은 그물이 그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그물들은 용도에 따라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냥 이쪽 진영과 저쪽 진영을 구분하고 공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용도인 줄만 알았는데, 사용되는 목적과 스포츠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특성을 갖춘 그물이 제작·사용된다고 합니다.


축구 골네트의 경우 1891년 처음 제작됐는데 당시에는 공을 잡아두거나 관중이 골대에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그러다가 골문 밖으로 공을 다시 튕겨내고, 공이 땅에 수직으로 떨어지도록 지지대의 구조까지 고려해 골네트를 설치하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요즘은 골이 들어갔을 때 골키퍼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 공을 들고 나오지 않지요? 공이 저절로 골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도 골네트의 성능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또 스핀을 먹은 공이 그물 사이로 파고 들지 않고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데 이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그물보다 두껍고 힘과 내구성이 강화된 그물이기 때문입니다.


축구 골네트의 등급은 두께가 좌우한다고 합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네트에 사용되는 끈의 두께가 5㎜나 되는데, 이는 보통 축구장에서 사용하는 그물 두께가 1.6㎜, 비교적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그물 두께가 3~5㎜인데 비해 상당히 두꺼운 그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물의 소재도 공의 힘과 마모에 견딜 수 있는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 등을 사용하는데 유럽 축구리그에서 사용하는 그물은 내구성과 내습성이 강한 고밀도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테니스 네트의 특징은 공이 그물에 튕겨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그물 바로 앞에 툭 떨어지는데 있습니다. 게다가 테니스 네트는 공이 닿는 빈도가 축구보다 높고, 자외선과 날씨 때문에 퇴색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두꺼울수록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외선 등에 강한 폴리에틸렌과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2.5~3.5㎜의 두께로 그물을 만듭니다.

아시아경제

테니스 코트를 가르는 네트도 나름의 기능이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구 등 다른 종목의 네트도 공이 튀어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떨어지도록 하는 등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농구 골대에 걸린 그물은 다른 종목의 네트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흔들림 기능입니다.


공이 네트가 없는 림을 통과하면 빗나간 슛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공이 통과했다는 분명한 시각적 확인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농구 골대의 그물은 공이 통과할 때 많이 흔들릴수록 좋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고기잡이에 사용하는 그물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낡은 플라스틱 그물의 80%가 바다에 버려져 환경 문제가 되고 있는 데 요즘은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그물을 만듭니다. 옥수수나 감자의 전분, 지방족 폴리에스테르 등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곰팡이나 플랑크톤, 박테리아 등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메탄 등 저분자 화합물로 분해된다고 합니다.


경기장의 네트 품질이 나쁘면 엉뚱한 곳으로 튀어간 공을 줍는 시간과 튀어나온 공에 선수들이 맞아 부상을 입는 등 경기 외적 요인에 시간과 경기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데 그물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았던 그물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