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감산에 나서기로 했지만, 유가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공급 감소분이 수요 감소분을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이미 쌓이기 시작한 원유 재고 때문에, 가격 안정화 등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가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970만배럴 감산에 나서겠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 당 0.35달러(1.5%) 하락한 22.41달러로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봉쇄조치 등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서도, 사우디는 오히려 산유량을 증산하는 등 가격전쟁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유가전쟁이 끝났다는 점 등은 시장 안정화에 있어 평가할 지점이지만, 수급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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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적인 문제는 유가전쟁 등의 여파로 이미 시장에 풀린 원유 등이 쌓이면서, 과잉 공급 상황을 쉽게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산 합의로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원유 저장 공간이 모두 가득 차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모세 미국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 "감산의 실질적인 효과는 올해 하반기에 영향을 미쳐 유가를 배럴당 40달러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달 중순부터 다음 달 하순까지는 원유 재고가 쌓이면서 유가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산에 나서는 시점이 늦었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요 감소가 공급 감소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배럴 줄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970만배럴의 감산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제 감산 규모는 700만배럴로 보기도 한다. 컨설팅 회사인 에너지 어스펙트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제 감산 규모는 700만배럴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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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감산 규모는 더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OPEC+가 검토하는 감산 규모는 일반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하루 1000만배럴이 아니라 하루 2000만배럴"이라고 언급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역시 러시아 한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5~6월 주요 산유국들의 전체 감산량이 하루 1500만~200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노르웨이 등 OPEC+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들도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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