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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할머니 도움 받으며 원격수업…‘부모 개학’된 초등 온라인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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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교 1·2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잘됐다마.”

    16일 오전 9시25분쯤 서울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 교실에 갑작스런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9시30분 시작 예정인 1교시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직전 집에서 아이의 원격수업 준비를 돕던 조모의 음성이 우연히 노출된 것이다. 조모 도움을 받던 이 학생은 1교시에 이어 진행된 2교시 수업 중 기기 조작 문제로 교사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채팅으로 알리기도 했다. 담임인 송미경 교사는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중 아이 조모에게 전화해 한참 기기 조작 방법을 설명하다 다시 아이와 직접 통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는 맞벌이 부모 자녀였다.

    수업 중 가족 도움을 받는 학생은 이 아이 하나만이 아니었다. 3교시 시작 전 교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비친 22명 아이들 중 서너명 옆에 모친으로 보이는 어른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 중 한 아이는 갑자기 “1, 2교시는 창체였죠?” 라고 물었다가 옆에 앉은 모친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날 2차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면서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이 일제히 원격수업에 들어간 가운데 많은 초등학생이 수업 중 부모 도움을 받는 모습이었다. 중·고등학생과 달리 기기조작 미숙, 집중력 부족 등 문제로 초등학생 온라인 개학이 결국 ‘부모 개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학교는 이런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온라인 개학 전 학부모 대상으로 원격수업 준비를 위한 연수도 진행했다고 했다. 용산초 김경미 교무부장은 “지난주 토요일에 열린 학부모 대상 화상연수에 95% 정도 참여했다”며 “주말 동안 자녀가 기기 조작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미리 준비하고 도와줘야 할 것들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학년의 경우 가족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학교 입장에서 원격수업 준비를 시켰지만 수업 중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는 것까지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학생이 수업 중 하품을 하거나 근처 침대에서 베개를 끌고 와 한참 안고 있다가 다시 침대에 던져놓는 모습도 보였다. 교사는 계속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자 “여러분 하품하는 것도 다 들을 수 있어요”라며 주의시켰다. 다른 아이의 경우 수업 중 얼굴을 비추던 화면이 갑자기 1분여 꺼졌다가 켜지길 반복하는 모습도 있었다. 송 교사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학생이 3명 이상 있었는데 이들은 채팅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출결관리 등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무부장은 “(원격수업이) 교실에서 하는 수업보다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중·고등학교보다는 교육과정 내용이 학생 주도 학습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깐 현 상황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초의 경우 교사들에게 매일 1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적응 기간을 거쳐 차차 그 비중을 늘린다는 게 이 학교 계획이다. 그러나 이렇게 실시간 쌍방향을 적극 시도하는 학교가 드물다는 게 대개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의 경우 이날 전체 수업을 유튜브·EBS 영상 시청으로 대체했다. 이 학교 6학년 송모양은 “화상으로 하는 수업이 있을 줄 알았는데 40분짜리를 10분으로 줄인 유튜브 영상을 보는 식으로 수업했다”며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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