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9주 연속 폭락 영향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2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1,397원, 경유 1,197원에 판매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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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약세가 고착화 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조선업체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가가 낮아지면 이를 비축하려는 재고수요가 있어 저장설비 발주가 늘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COVID-19) 탓에 수요와 공급이 함께 줄어 조선업체 보릿고개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간)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합의에도 하락세를 지속, 18년 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24달러) 하락한 19.87달러로 마감했다.
4월 현재 조선주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평균 0.5배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주가가 기업 자산가치의 절반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중국, 일본의 조선업체는 0.7~1.9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증시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기 때문인데 성장주는 물론 가치주나 자산주로도 분류되지 못하다 보니 쉽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어 실적인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한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주요 5개 조선사의 수주액은 올 들어 2월까지 15억30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54.4%나 줄었다.
이는 국제 물동량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2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2% 감소했고 유럽은 15%가 줄었다. 3~4월 수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은 2020년 물동량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는데 4월의 경우 컨테이너가 5.1% 감소하고 LNG는 8.7% 증가한다는 전망치도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탱커 시장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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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기름을 저장해놓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저장에 쓰이는 탱커를 많이 발주하는데, 올해는 이 수요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들어가면 원유를 저장하는 비용만 많이 들 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4월 글로벌 선박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대비 13.8% 감소해 4개월 연속 감소폭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까지 우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저점은 2012년 7월 -27.9%, 2017년 5월 -23.6%를 기록한 바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올해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의 추가햐항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가는 저점에서 30~40% 가량 반등했으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2월 9450원 고점에서 올해 3월 3115원으로 하락한 뒤 4200원대까지 반등했으나 실적전망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며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물이 이어지는 중이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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