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4·15 총선 승리 축하 메시지에 서명하고 있다. 이 사진은 청와대가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아 19일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최근에 멋진 편지(nice note)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교착상태인 북·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됐지만, 하루 만에 북한은 “편지를 보낸 적 없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겠지만 내가 대통령이 됐을 당시를 떠올리면 우리는 ‘탄약’이 없었다. 전쟁을 치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돕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이번 친서는 북·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부각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F 브리핑에서 “오늘 아침에 내 친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가 ‘정말 훌륭히 해냈다’(What a great job)고 하기에 나도 똑같이 답해줬다”면서 “한국과 잘해나가는 미국의 입장에선 그가 (총선에서) 대승해서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한·미 정상 통화 관련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총선에서 여당의 강력한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18일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총선 축하 인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최상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반면 북한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즉각 담화문을 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담화문에서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며 “조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이창훈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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