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의 유효 성분 90% 이상 추출
발효 때 생성된 효소가 소화 도와
쓴맛 줄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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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은 인삼·동충하초와 함께 ‘3대 보약’으로 불린다. 자라나는 수사슴의 뿔은 신경이 살아 있고 혈액 생성이 활발하다. 성장이 끝나 단단히 굳은 뿔(녹각)과 달리 속이 말랑말랑하고 혈액이 가득 차 단면이 붉다. 생명력 가득한 녹용은 한의학적으로 부족한 혈과 양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음(陰) 체질이 많고 사계절을 겪는 한국인에게는 원기 회복, 면역 증진에 없어서는 안 될 약재로 꼽힌다.
전통 보약 녹용 재조명 연구 활발
녹용의 가치는 전통 의학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의학 문헌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에는 녹용을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힘이 나게 한다”고 평가한다. 중국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병후 원기 회복과 폐결핵, 폐 기능 강화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83세까지 장수를 누린 조선 21대 임금 영조도 평소 녹용을 주원료로 한 보약을 꾸준히 챙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녹용의 효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발효 녹용이 주목받는다. 효소를 활용한 ‘화학적 재가공’을 통해 성장 촉진, 조혈 작용, 면역력 향상 등 녹용의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미생물·온도 등 주변 환경을 제어하기 어려워 한약에 발효를 적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녹용의 성질과 효능을 증강한 발효 녹용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장점은 다양하다. 첫째, 흡수율이 높다. 녹용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고, 고분자가 저분자로 분해돼 체내 소화·흡수율이 향상된다. 발효 시 생성된 효소가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와 소화력이 약한 사람도 녹용의 영양 성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풍미가 좋아진다. 발효를 맡는 효소가 한약 내 전분을 분해하면서 쓴맛이 줄고 풍미가 개선돼 한층 먹기 편해진다.
셋째, 유효 성분이 증가한다. 발효를 거쳐 입자가 잘게 쪼개지면 세포 속 유효 성분이 90% 이상 추출된다. 80도 이하의 저온에서 진공 감압으로 농축할 경우 녹용의 영양소가 휘발돼 사라지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십 배 고농축된 녹용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생물 작용과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치는 만큼 농약·중금속과 같은 불순물 오염 가능성도 작다. 발효 시 형성되는 항산화 효소를 통해 피부 개선, 노화 예방, 체내 노폐물 정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발효 녹용의 효능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발효 녹용은 일반 녹용보다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눈에 띄게 높다. 발효 전 7.9㎍/mL인 강글리오사이드가 발효 후 14.9㎍/mL로 88.6%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녹용의 핵심 약리 성분으로 신경세포, 특히 뇌 회백질에 풍부하다. 몸에 쌓인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하는 등 뇌세포 발달, 혈행 개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같은 연구에서 판토크린 함량 역시 발효 전(211.1㎍/mL)보다 발효 후(276.8㎍/mL) 31%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판토크린은 골수를 자극하고, 조혈 작용을 도와 뼈·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동물실험 통해 암 억제 효과 확인
녹용의 면역 증진 효과도 발효를 거치면 한층 강화된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은 복수 암을 유발한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은 사료에 각각 발효 녹용과 일반 녹용을 섞고, 나머지 그룹은 일반 사료만 먹게 한 다음 2주가 지나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발효 녹용을 먹은 그룹은 일반 녹용을 복용한 그룹보다 혈액 내 면역 세포(중성구)가 더 많았고, 생존 기간도 세 그룹 중 가장 길었다. 구체적으로 사료만 먹은 그룹과 비교해 일반 녹용 그룹은 생존 기간이 24% 늘어난 반면 발효 녹용 그룹은 생존 기간이 39.2% 증가해 가장 오래 살았다. 연구팀은 “발효 과정에서 녹용 성분이 효율적으로 빠져나오고 유산균 증식 등 생리활성 작용이 증강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효 녹용은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한약에 거부감을 갖는 아이, 입맛이 떨어진 고령층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단 녹용의 발효 효과를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 밀도가 낮아 발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발효 녹용과 홍삼을 함께 섭취하면 더욱 이롭다. 체력·면역력을 강화하는 한편 녹용의 유효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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