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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발열·기침 없는 무증상 코로나19도 AI로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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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규환 뷰노 CTO

중앙일보

정규환 CTO는 새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AI 치료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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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상 세 번째 팬더믹을 선언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치명적인 의료 공백도 현실화하고 있다. 의료진은 물론 수용 가능한 병상, 에크모·인공호흡기 같은 집중 치료 장비 등이 부족하다. 결국 중증으로 악화하는 환자가 늘고 사망률이 높아진다.

한국은 이러한 의료 공백 사태는 피했다. 그 배경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우수한 진단 능력과 국산 의료AI(인공지능)가 있었다. 의료AI 기업 뷰노 정규환(40)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팬더믹 상황에서 AI가 부족한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초기 강원도 지역 보건소와 대구의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뷰노의 AI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선별진료소에서 무증상 의심 환자의 감별 진단을 보조하는 데 활용됐다.



3초 만에 판독, 정확도 98.5%



확산세가 빠른 코로나19 치료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증도 분류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한지,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 입원해야 할지, 당장 집중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중증인지를 빠르게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 CTO는 “AI가 코로나19로 폐 손상이 진행된 환자의 X선·CT 영상을 분석해 객관적 자료를 시각화·수치화해 의료진이 최적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폐의 비정상 소견을 3초 만에 98.5%의 정확도로 빠르게 판독한다. 부족한 의료 자원을 낭비 없이 쓸 수 있다.

AI는 업무 피로도가 높아져 떨어질 수 있는 판독 정확도도 보완한다. 알파고가 바둑의 승률을 숫자로 계산하듯 폐 손상이 의심되는 영역을 폐 손상 판독 신뢰도에 따라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으로 구분해 색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Q : AI 영상 판독이 어떻게 의료의 질을 높이나.

A : “의료진이 정확하고 빠르게 영상을 판독하도록 숙련도를 높여준다. 이제 막 영상의학을 배우는 의료진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영상의학 전문의만큼 능숙하게 영상을 판독한다. 전문의도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발휘한다.”

Q :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나.

A : “뷰노에서 다양한 숙련도를 가진 의료진을 대상으로 흉부 X선 영상을 보고 폐 질환을 판독하도록 했다. 그 결과 AI를 병행했을 때 영상 한 장을 판독하는 데 걸린 시간이 평균 9.44초로, 단독으로 판독했을 때(18.85초)보다 빨랐다. 판독 정확도 역시 영상의학 수련의가 단독으로 했을 땐 87%에서 AI를 병행하면 94%로 향상된다. 이는 흉부 영상만 전문으로 판독한 의료진이 AI 없이 단독으로 했을 때의 정확도(92%)보다 높은 수준이다. 흉부 영상 전문의가 AI의 도움을 받으면 판독 정확도가 96%까지 올라간다.”

Q : AI가 의사를 대신할 수도 있나.

A : “절대 그렇지 않다. AI는 영상 판독을 하지 않는다. 의료진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시각화·수치화해 영상 판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최종 판단은 사람인 의료진의 몫이다.”

Q : 무증상 코로나19도 AI로 찾을 수 있나.

A : “물론이다. 무증상 코로나19는 발열·기침 등 겉으로 드러나는 호흡기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쉽다.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하는 방역 전략만으로는 무증상 코로나19로 퍼지는 감염병을 통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에 특징적인 흔적을 남긴다. 해외에서는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촬영한 X선·CT 영상에서 코로나19에 의한 폐 손상을 발견해 확진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뷰노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돕는 영상판독 AI 솔루션을 무료로 공개한 이유다.”

Q : 코로나19 폐 손상을 어떻게 구분하나.

A : “기존 폐 질환 진단에 특화된 뷰노 AI에 코로나19 폐 손상 패턴을 학습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양쪽 폐를 동시에 공격한다. 폐 아랫부분에서 염증이 시작돼 전체로 퍼진다. X선으로 CT를 촬영하면 까맣게 나와야 할 폐가 염증으로 유릿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하얗게 보인다. 또 폐포에서 염증이 차 공기 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그물 모양의 선이 짙게 찍히기도 한다. 폐 손상 위치, 전체 병변의 비율, 폐 손상 패턴별 비율 등을 정리해 어떤 폐 질환인지 판단하도록 돕는다. 코로나19 폐 손상만의 특징이 모두 갖추고 있다면 의료진은 합리적으로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정 CTO는 이탈리아·미국·페루 등에서 진단키트가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뷰노의 AI 사용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새로운 감염병이 발병했을 때에도 AI는 전략적 방역·치료 대응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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