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지켜보랴 과제 챙기랴 분주 / 접속 오류 원격수업 대처도 부모몫 / 도움 필요한 저학년 부모 부담 가중 / 맞벌이 부부, 휴가 내고 수업 챙겨/ 학원 ‘온라인 개학 관리반’도 등장 / 사교육이 학교 정규수업 잠식 우려
“엄마,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이건 뭐야?” “엄마 나도 언니처럼 이거 할래.”
울산시 남구 신정2동에 사는 장모(36)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20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첫 아이 수업 지켜보랴, 과제 챙기랴, 6살·4살 아이들도 챙기느라 정신없이 바쁜 오전을 보내야 했다. 수시로 끊기는 원격수업에 다시 접속해 시간표대로 일과를 이끌어가는 것도 장씨 몫이었다. 장씨는 “오전 8시부터 원격수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이 안 돼 한 시간 넘게 매달려 있었고 3∼5분 남짓한 동영상이 수업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알림장 앱 ‘하이클래스’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해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를 도와 출석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온라인 개학일인 20일 서울시내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학습 동영상을 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이날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하면서 초등생 온라인 개학은 결국 ‘부모 개학’이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초등생의 경우 원격수업 준비부터 수업영상 시청, 과제물까지 도움이 필요한 탓에 부모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북 전주 모 초교 2학년인 아들을 둔 전모(42)씨는 아들의 온라인 수업 때문에 이날 하루 연차를 냈다. 그는 아이가 유튜브 등으로 온라인 수업 영상을 보는 내내 곁에 붙어서 학습 진도와 상황을 확인했다. 전씨는 “내일부터는 시어머니가 와이파이 어떻게 잡는지도 어려워하는데 과제를 어떻게 업로드해 주실 수 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자녀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은 더 컸다. ‘직장맘’ 이모(38)씨는 회사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출근을 늦췄다. 두 아이에게 접속방법을 반복해 알려준 뒤 아이들을 돌봐주러 집에 온 시어머니에게 남은 시간 수업지도를 맡기고 회사에 출근했다. 초1 자녀를 둔 박모(34)씨는 “코로나19로 다섯 살 둘째 어린이집 등원을 계속 미뤄 왔는데 오늘 첫째 온라인 개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며 “오전 내내 첫째 옆에 붙어 앉아 학습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온라인 개학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간 제약이 없는 원격수업 특징 탓에 사교육이 학교 정규수업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 원격수업을 관리해 주겠다며 학생을 모집하는 학원이 계속 늘어나면서다.
이날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입시학원 중심으로 많은 학원이 학교 일과시간 내 ‘온라인 개학 관리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학교 원격수업 관리반을 모집 중인 모습이었다. 이 학원은 ‘워킹맘을 위한 우리 아이 학습관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스터디카페, 강의실 등을 개방해 원격수업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1:1 지도, 관리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와 관련해 “감염 확산 막기 위한 온라인 개학 취지를 역행하는 것으로 학생, 학부모 불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이런 영업에 대해 엄정 대응방침을 밝힌 만큼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청·교육치원청은 관할 학원들에 대해 이런 행태가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거짓·과대광고’ 등 학원법 위반에 해당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김승환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전국종합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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