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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앉아 있기도 힘든 아이 어떡하나" 온라인 개학, 속 타는 장애학생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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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온라인 개학' 전학년으로 확대

장애학생 부모들 "온라인 수업 자체 힘들어…장애학생 배려 부족"

전문가 "장애학생 특수성 고려한 수업방식 필요"

아시아경제

지난 8일 서울 종로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 서울맹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원격 수업이 진행된 가운데 한 교사가 점자정보단말기와 점자책을 이용해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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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자폐 2급 초등학생 4학년 자녀를 둔 A(42·여)씨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아이에게 온라인 수업을 듣기 하려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A 씨는 출석을 인정받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A 씨는 "첫 학기다 보니 아이를 본 적도 없는 선생님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학교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장애 학생을 배려하지 못한 수업 방식에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B 씨는 자녀의 특수성을 고려한 수업방식으로 교재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엄마 몫이라며 토로했다. B 씨는 "아이를 달래서 함께 수업을 들어보려고 몇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선생님과 엄마가 다르다는 걸 아이가 알고 있어 더 거부하고 떼쓰기를 반복한다"며 "수업 참여가 어려워 별도 교재를 받았는데 사실상 아이가 아닌 부모의 공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온라인 개학이 초등학교 저학년 1~3학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 가운데 교육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장애 학생을 키우는 학부모들은 가만히 장애 학생을 배려하지 못한 수업 방식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학교에서도 수업을 듣기 어려운 상황인데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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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초·중·고교 개학 방안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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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 '장애 학생 원격수업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시·청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시 자막과 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과 방문교육을 병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특수교사의 원격수업을 위해 6일부터 국립특수교육원에 '장애 학생 온라인 학습방'도 개설했다. 그러나 학습방도 온라인 링크로 지원돼 누군가가 학생 옆에서 도움을 줘야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학교 교사 C씨는 "수준별로 격차가 있어서 개별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을 배려한다고 개설한 온라인 학습방도 도움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대안을 요구했는데 결국 또 온라인"이라고 지적했다.


C씨는 "답답한 마음이다. 항상 소수자라서 먼저 큰소리를 내지 못하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며 "배려해달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배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16일부터 개학을 한 고학년 학부모들도 온라인 개학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부모 모임 카페 등에는 "우리 아이에겐 말도 안 되는 수업이다", "교육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수반 선생님들도 소수 인원이라 학교에서 직접 수업하고 싶다고 하는데 교육청에서 허락을 안 해준다더라" 등의 반응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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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세종시 다정동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온라인 개학을 맞아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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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부모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교육청에 전화해봤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라고 주장한 작성자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작성자는 "미디어를 간신히 차단한 아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쥐여줬다가는 뒷감당이 두렵다"며 "현재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은 특수아동, 특히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 같아서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학습, 온라인만을 강조하는 담당자와의 통화에 벽에 대고 얘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특수반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고려해 하루 한 시간씩 일대일 교육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교육부에서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는 교육 취약 계층의 학습 저하를 막기 위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은 "특수교육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교육 내용 및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한다고 보기에 어려움 있다. 중증장애 학생은 온라인 기기 사용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위기 상황에 얼마나 무관심했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과 시스템에 대비하지 못했나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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